[프로야구]무섭게 큰 '김성한의 해태'

  • 입력 2001년 6월 28일 19시 22분


‘젊은 해태’의 힘이 무섭다. 시즌 초 하위권으로 분류됐지만 한화 SK와 함께 돌풍을 일으켰던 해태는 두 팀이 시들해진 6월말까지 홀로 4위를 지키고 있다. 해태가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는 사정권 안에 들기는 9번째 우승을 차지한 97년 이후 4년 만에 처음.

해태의 계속되는 상승세는 김성한 감독의 젊은 패기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해태는 김응룡 감독이 삼성으로 떠났지만 여전히 폭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올해 43세로 8개 구단 최연소 사령탑인 김성한 감독을 비롯, 젊은 코칭스태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활화산 같은 에너지가 돋보인다. 더그아웃에 김성한 감독과 이상윤 장채근 코치가 한데 모여있는 장면을 보면 무슨 ‘조직’을 연상케 한다. 김 감독과 이 코치는 호남형의 잘 생긴 얼굴에 숯덩이 같은 눈썹으로, 장 코치는 0.1t의 몸무게에서 나오는 ‘위엄’이 상대를 기죽게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김병주 심판위원의 전언. 현대와의 광주경기 때 김 감독은 동기생인 허운 심판에게 어필을 하러 나왔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자 타자들에게 “야, 어차피 진 경기인데 화끈하게 박아버려”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감독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의 성격을 잘 아는 선수들에겐 오히려 사기를 높여주는 승부수로도 해석할 수 있는 사건.

투타 랭킹에 올라 있는 선수가 타점선두인 용병 거포 산토스, 구원 3위인 오봉옥을 제외하곤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은 김 감독의 탁월한 용병술을 입증하는 부분이다.

마무리 임창용(삼성)의 자리를 오봉옥이 메웠고 3루수 홍현우(LG)의 공백은 SK에서 얻다시피 데려온 이동수가, 유격수 이종범(전 주니치 드래건스)의 자리엔 고졸 2년생 홍세완이 소화해냈다.

6년 무명의 박진철이 27일 현대전에서 8연패 끝에 2년여만에 승리투수가 된 것도 해태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태에서 2군 감독을 지냈던 LG 김성근 감독대행의 조언도 일조를 했다는 평가. ‘승부사’ 김성근 감독대행은 김성한 감독의 취임 때 전화를 걸어 “선수단을 장악하지 않으면 끝장”이라고 말했다. 오늘의 해태가 있게 한 ‘구결(口訣)’이었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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