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승엽의 가공할만한 홈런 페이스는 새삼스럽지 않다. 불과 24살의 나이에 벌써 2개의 홈런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며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 경신 여부는 온 국민의 관심사였다. '기록의 사나이' 장종훈과 함께 '국민타자'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전체 일정의 절반 가량이 치러진 2001 시즌에도 그는 홈런 랭킹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그리고 머지않아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승엽은 그의 홈런 개수가 말하는 만큼 위대한 타자일까.
잠깐 1987 시즌의 홈런왕을 떠올려 보자. 이승엽의 팀 선배이기도 한 김성래는 홈런 22개를 기록하며 1987 홈런왕에 등극했다. 하지만 12년 후 이승엽은 홈런왕이 되기 위해 원정 경기에서만 22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기고, 또 32개의 홈런이 더 필요했다.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홈런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1987년의 평균적인 타자들은 홈런 1개를 위해 65타수가 필요했지만, 1999년의 타자들은 고작 28타수에 한 번 꼴로 홈런 세레모니를 연출했다. 방어율 역시 마찬가지이다. 1987년의 리그 평균 방어율은 3.55에 불과하지만 이보다 약간 높은 1999 박석진의 방어율 3.58은 리그 5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그리고 1987시즌은 팀 당 108경기의 일정으로 치러졌다.
다시 말해 이승엽은 선배 슬러거들에 비해 '유리한' 환경 - 타고투저, 늘어난 경기수 등 - 에서 뛰고 있으며 때문에 이승엽의 진정한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이러한 환경의 영향을 제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모든 타자의 타수 당 홈런(HR/AB) 비율을 해당 시즌의 리그 평균 홈런/타수(HR/AB) 비율로 나누고 이를 1999 시즌의 리그 평균 홈런/타수(HR/AB) 비율로 환산했다. 마지막으로는 경기수 차이를 조정했으며, 구장 효과는 고려하지 않았다. 다음은 위의 방법으로 구한 최다 홈런 시즌 Top 20이다.
순위 | 선수 | 홈런 | 연도 | 순위 | 선수 | 홈런 | 연도 |
1 | 김성한 | 68 | 1988 | 11 | 김봉연 | 57 | 1986 |
2 | 이만수 | 67 | 1983 | 12 | 김봉연 | 57 | 1982 |
3 | 김성래 | 62 | 1987 | 13 | 장종훈 | 55 | 1990 |
4 | 김성래 | 62 | 1993 | 14 | 김용철 | 55 | 1984 |
5 | 김성한 | 61 | 1989 | 15 | 김봉연 | 55 | 1983 |
6 | 장종훈 | 60 | 1991 | 16 | 박재홍 | 54 | 1996 |
7 | 이만수 | 60 | 1984 | 17 | 이승엽 | 54 | 1999 |
8 | 장채근 | 59 | 1988 | 18 | 이승엽 | 53 | 1998 |
9 | 우즈 | 59 | 1998 | 19 | 이만수 | 51 | 1990 |
10 | 장종훈 | 59 | 1992 | 20 | 양준혁 | 51 | 1993 |
유감스럽게도 1999 이승엽의 54홈런이 갖는 의미는 생각만큼 대단하지는 않다. 설령 이와 같이 리그 평균으로 수정하는 방법이 타자들의 전반적인 기량 향상을 고려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승엽이 선배 슬러거들에 비해 리그를 압도하는 홈런 파워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덧붙여, 앞서 지적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위의 결과가 갖는 의미는 충분하다. 이유는 실제 최다 홈런 시즌 Top 20을 나타낸 아래 표에서 '연도'란를 유심히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순위 | 선수 | 홈런 | 연도 | 순위 | 선수 | 홈런 | 연도 |
1 | 이승엽 | 54 | 1999 | 11 | 이승엽 | 36 | 2000 |
2 | 로마이어 | 45 | 1999 | 12 | 호세 | 36 | 1999 |
3 | 우즈 | 42 | 1998 | 13 | 장종훈 | 35 | 1991 |
4 | 장종훈 | 41 | 1992 | 14 | 마해영 | 35 | 1999 |
5 | 박경완 | 40 | 2000 | 15 | 우즈 | 34 | 1999 |
6 | 샌더스 | 40 | 1999 | 16 | 홍현우 | 34 | 1999 |
7 | 스미스 | 40 | 1999 | 17 | 이승엽 | 32 | 1997 |
8 | 우즈 | 39 | 2000 | 18 | 송지만 | 32 | 2000 |
9 | 이승엽 | 38 | 1998 | 19 | 양준혁 | 32 | 1999 |
10 | 퀸란 | 37 | 2000 | 20 | 박재홍 | 32 | 2000 |
다음은 1982-2000까지 통산 최다 홈런 Top 20이며 마찬가지로 1999 시즌을 기준으로 환산했으며 방법은 동일하다.
순위 | 선수 | 홈런 | 순위 | 선수 | 홈런 |
1 | 이만수 | 559 | 11 | 김상호 | 250 |
2 | 장종훈 | 505 | 12 | 김용철 | 243 |
3 | 김성한 | 462 | 13 | 이승엽 | 235 |
4 | 한대화 | 341 | 14 | 김동수 | 233 |
5 | 김기태 | 340 | 15 | 김형석 | 230 |
6 | 양준혁 | 304 | 16 | 김경기 | 228 |
7 | 김성래 | 301 | 17 | 김동기 | 223 |
8 | 이순철 | 293 | 18 | 이광은 | 223 |
9 | 김봉연 | 277 | 19 | 이종두 | 223 |
10 | 홍현우 | 262 | 20 | 유승안 | 219 |
▼결론
1. 이승엽은 역시 훌륭한 타자이지만 이만수, 장종훈의 '아성'에 도전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2. 역대 최고 타자, 어쩌면 역대 최고 선수 이만수.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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