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와 놀아나다]Na&TTL이 젊음을 말한다

  • 입력 2001년 6월 29일 15시 28분


이동통신 브랜드가 각각 상반되는 이미지로 젊음을 표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KTF의 Na는 젊은이의 지독한 '상실감'을, SK텔레콤의 TTL은 뜨거운 피가 끓는 '열정'을. 이 광고들에선 극단적인 절망과 희망이 교차한다.

Na는 눈을 감고 있는 소년의 얼굴을 화면 가득 잡는 것으로 시작된다. 소년은 가늘게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지만 그 눈길은 초점없이 어둡게 침잠되어 있다. 철탑 위 난간에 지친 듯한 포즈로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있는 소년은 힘없이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공허한 눈길과 함께 이어지는 독백. '나는 학교에 간다 학교에 가고 싶다 나는 학교에 가지 않는다 학교에 가서 공부를 열심히 한다 무엇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는 이 나른한 독백은 분열된 정서가 아니라 오히려 분열된 현실을 반영한다.

학교에 가도 가지 않은듯 껍데기 같은 학교생활, 방향성을 상실한 현실의 무게감이 젊은 가슴을 멍들게 한다. 독백의 배경으로 바람에 휘이이 흔들리는 풀잎, 펄럭펄럭 책장이 넘어가는 교과서를 보여주며 소년의 상실감을 인상적으로 그려낸다.

또르륵 소년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 방울. 이 눈물에는 젊음만이 가지는 희열이나 특권의식이 아닌 출구 없는 지독한 방황이 녹아있다. 순수한 절망과 상실감이 빚어낸 눈물이 가슴을 누른다.

Na의 이번 변신은 놀랍다. 그동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상관없이 '공짜가 좋아요'라며 촌스럽고 장난스러운 분위기로 일관하더니 갑자기 냉철한 현실인식으로 돌아섰다. 빛깔 없는 회색톤의 가라앉은 암울한 세계관이다.

Na는 젊음의 근원적인 질문에 근접한다. 나는 여기에 왜 있는 것일까, 나는 과연 무엇인가. 브랜드명 '나'라는 자기 중심적인 뉘앙스와는 달리 어디에도 없는 내가 유령처럼 떠다닌다. 학교에 가는 나, 학교에 가지 않는 나, 철탑에 기대어 있는 나, 몸은 어딘가에 존재하지만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철탑 위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선의 전환은 숨통을 트이고자 하는 조용한 몸부림이다. 어떻게든 나를 찾아보려는 시도. 하지만 높은 곳에서도 젊음은 철저히 고립된다. Na가 말하는 젊음은 이름만 거창하고 정작 속은 텅텅 빈 답답한 영역.

갸름한 인상의 남자모델은 '휘환'이라는 이름. 참 희한한 이름에 독특한 외모를 가졌다. 가늘게 이어지는 서늘한 눈매와 오똑한 콧날이 예민하고 섬세한 느낌이다. 이토 준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소용돌이>에서 주인공 슈우지 역을 맡았던 재일동포다.

반면, TTL의 세계는 세상을 뒤엎을 듯한 젊음의 열정과 패기가 넘친다. 스톤헨지를 연상시키는 돌 건축물만 달랑 보이는 허허벌판 속으로 기타 하나에 의지하여 걸어가는 소년. 호기롭게 기타 연주를 시작하자 화답하듯 드럼비트가 들려온다.

좡좡좡 유쾌하게 두드리는 비트음. 이 비트의 진원지는 오토바이 명품 할리 데이비슨의 배기통소리. 배기통이 마치 숨 쉬듯 음률을 뿜어내는 기발한 설정이 바로 TTL만의 스무살 지대다. 무엇이든 가능한 특별지대.

소년의 연주에 오토바이 행렬이 답하는 고밀도의 공감률. 자신을 보여주면 상대 역시 거리낌 없이 자신을 드러낸다. 이런 공감의 방식은 터프하면서도 심플하다. 아무런 말없이 찡긋 눈짓을 교환하고 자신만의 색깔인 음악언어로 주고받는다.

이 재미난 설정은 김창완의 '오토바이로 기타를 타자'는 엉뚱한 노래를 떠오르게 한다. 스무살 뭐든지 할 수 있어, 젊음의 이름으로 창조하는 인식전환의 메시지들.

메이드 인 트웬티. TTL이 보여주는 세계에서 세상을 만드는건 스무살이다. 레게머리와 캐쥬얼 정장이라는 언밸런스한 모습의 남자모델은 신비주의 전략에 따라 베일에 쌓여있는 상태다.

김이진 AJIVA77@chollian.net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