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를 알면 경영전략이 보인다’(일조각)를 펴낸 김중순 한국디지털대 총장(60·사진)은 ‘문화맹(文化盲)’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미국 조지아대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한 뒤 테네시대 석학교수 등으로 35년간 미국에 머물다 지난해 귀국한 김 총장은 기업의 문제점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김 총장이 직접 현장조사했던 미국 기업 사례들을 이 책에 풍부하게 제시해 현실감을 높여주고 있다.
“영국이 세계 도처에 식민지를 개척할 때는 인류학자들을 앞세웠고, 세계 시장 개척에 나선 미국 기업들은 상대국에 먼저 나가있던 선교사들에게 그 나라의 문화를 배웠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주재국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준비없이 기업들이 맨앞에서 해외시장을 개척하다보니 시행착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 총장은 동남아에 진출한 기업들이 직원 관리 잘못으로 노사분규에 휩싸이는 것도 문화에 대한 이해부족이 큰 원인 중의 하나라고 진단했다. 특히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에는 지자체들이 외국기업 유치를 위한 공단을 만들거나 외국에 주재원을 파견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상대국의 문화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김 총장은 또 최근의 철강분쟁을 비롯해 한미간에 통상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도 문화에 대한 상호 이해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은 ‘공정성’을 강조하는데 비해 우리는 ‘의리’를 중시하는 바람에 오해가 증폭되거나 협상이 지연된다는 얘기다.
김 총장은 “외국어에 능통한 것 만으로는 국제화된 지역전문가가 될 수 없다”면서 “우리 기업들도 더 늦기 전에 체계적인 연수와 훈련을 통해 외국 문화에 정통한 국제기업인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국의 문화적 특성을 가르칠 수 있는 ‘문화연수원’을 만드는 것이 문화에 대한 몰이해로 입게되는 손해보다 훨씬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
김 총장은 이와함께 국제활동 경험을 기록을 정리해서 다음에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넘겨줘야 해외진출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의 포부는 인류학과 경영학을 결합한 기업인류학을 국내에 널리 보급하는 일이다. 그래야 우리 민족이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턱없는 손해를 보지 않을 뿐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존경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