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독립노동자 세상 도래 '프리에이전트의 시대…'

  • 입력 2001년 6월 29일 18시 33분


◆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가 오고 있다'/다니엘 핑크 지음 /석기용 옮김/440쪽/ 1만5000원/ 에코리브르

“그들을 돌보고 우리 스스로를 돌보는거죠. 우리의 삶을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 나는 이제 거짓말하는 능력을 잃어 버렸어요. 이게 늘 내가 바라왔던 나의 모습입니다.”

톰 크루즈 주연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 나오는 대사다. 35세의 나이에 자신의 삶을 되찾은 좀 경박스러운 스포츠 에이전트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와 동질의 실화가 바로 다니엘 핑크라는 저자의 경험이다.

그는 미국 전 부통령이던 앨 고어의 수석 원고 작성자였다. 어느 날 그는 부통령 집무실에서 토하게 된다. 의사의 진단은 ‘탈진’이었다. 3주 후에 그는 그 직장을 떠나 프리 에이전트(Free Agent)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전국을 돌며 프리 에이전트들의 기쁨과 애환을 취재한다.이 책은 그 과정에서 알게된 사회적 추세에 대한 보고서이다.

그의 해석을 따라가 보자. 조직 속에 사는 조직인간에게 자기 반성이나 자기 표현은 중요하지 않다. 조직은 별도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구성원은 그 목적을 위해 종사한다. 조직은 있고 개인은 없다. 조직은 아버지이다. 충성이 곧 돈이고 승진이고 성장이었다. 조직이 곧 개인의 명함이고 정체성이다. ‘안정과 충성’이라는 거래의 조건은 20세기 후반 산업화 사회를특징짓는 노동의 윤리였다. 그 속에서 개인은 스스로 내세울 만한 자기다운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러나 1990년 이후 노동의 윤리는 바뀌기 시작했다. 상시 구조조정과 시도 때도 없는 감원은 직원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던 가부장적 지배 구조의 뿌리를 흔들었다. 조직이 직장의 안정을 보장하지 못하게 되자 수직적 충성도 사라졌다. 더욱이 그 동안의 번영은 개인으로 하여금 먹고사는 욕구 외에 더 중요한 자기에 대한 정체성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조직목표를 위해 나의 정체성을 감추고 개성을 억누르기보다는 자신에게 진실해 지고 싶어했다. 원하는 일을 하며그 속에서 의미를 찾길 바라게 되었다. 노동이 무의미하다면 삶 또한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일과 여가와 가정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이 글을 쓰는 나는 ‘1인 기업가’인데 이 책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프리 에이전트다. 전문분야를 가지고 있으며 혼자 일한다. ‘변화경영’이라는 주제로 책을 쓰고 강연을 하고 방송을 하고 신문에 기고를 한다. 집에 네트워크를 깔고 사무실로 쓰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내가 있는 곳은 어디고 내 사무실이다. 5천원이면맛있는 커피 한잔에 북악산과 경복궁이 조망되는 카페를 몇 시간이고 사무실로 빌려 쓸 수 있다. 내가 원할 때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일을 잠시 중단하고 거리를 걸을 수 있고 산에 갈 수도 있다.아무도 간섭하지 않는다.

원하는 일을 원하는 시간에 내 방식대로 할 수 있다.소속된 조직이 없으니 매여있는 곳 또한 없다. ‘수직적 충성’을 바쳐야할 곳은 없지만 ‘수평적 충성’을 바쳐야할 곳은 늘었다. 가족과 친구에 대한 충성, 동료와 고객에 대한 충성, 공동체에 대한 충성이 그것이다. 그들은 늘 ‘한결 같은 나’를 요구한다. 내가 하는 일은 자신의 이름을 걸어야하는 ‘실명제 직업’이다.

저자는 ‘프리 에이전트’는 이제 개념이 아니라 조직인간을 대체해 가는 분명한 사회적 현실이라고 믿고 있다. 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현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스스로 경제적 운명을 책임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이것은 분명한 진보가 아닐 수 없다.

잊지 말아야할 것은 어떤 사회적 현상도 핑크빛일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 환상에 속지 않으려면 ‘프리에이전트는 기회와 교환하는 조건으로 재능을 제공한다’라는 고용 계약의 핵심을 꼭 기억해야한다.

기회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인간 관계를 확장하는 것이기도 하고, 재미를 얻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재능이란 사람을 파는 것이 아니라 능력을 빌려주는 것이다.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계발하여 스스로를 자본화하지 못한다면 어떤 프리 에이전트도 지금 임시직들이 겪고 있는 불안정, 무관심, 저임금, 무혜택의 어두움을 벗어나기 어렵다.

자, 이번 주말엔 ‘제리 맥과이어’를 빌려 보고 밥 딜런의 노래를 들으며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아침에 일어나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 그 사람은 성공한사람이라네.” 원제 ‘Free Agent Nation’(2001년). bhgoo@bhgoo.com

구본형(변화경영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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