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이지만 가톨릭신자인 나는 모든 기독교인들이 지독하게도 영적 독서를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영적 독서. 이는 신앙생활에 있어 기도와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호흡 행위이다. 기도를 잃어버린 사람의 신앙이 죽은 것이라면, 영적 독서를 통해 생명의 물을 빨아들이지 않는 사람의 신앙은 메마르고 건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내가 읽고 있는 피에르 신부가 쓴 ‘단순한 기쁨’(마음산책)은 오랜만에 읽는 참 좋은 영적 독서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저자인 피에르 신부는 금세기 프랑스가 낳은 세계 최고의 휴머니스트로 19세에 수도원에 들어가 신부가 되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레지스탕스 활동을, 전후에는 잠시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하였다. 1949년에 자신의 집을 ‘엠마우스(EMMAUS)’라고 이름 짓고 부랑자들과 빈민들의 안식처로 활용하면서 집 없는 사람들의 실업문제를 세계적인 이슈로 끌어들였다.
구십 평생을 세상에 대해 분노하고 생각한 바를 실천으로 옮기는 데 헌신하였던 이 노신부는 생의 마지막에 이르러 ‘단순한 기쁨’이란 자전적인 책을 펴냈다. 책머리에 “생의 마지막 날에는 우리 모두가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우리가 용서하듯이 우리를 용서하소서’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쓴 것처럼 이 노신부는 자신의 생애를 통해 겪었던 모든 경험들을 용서를 구하듯 진실하게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노사제가 우리들에게 털어놓은 ‘고백성사’인 것이다. 이 고백성사를 통해 피에르 신부는 ‘고통은 인간조건의 심오한 현실’이며 ‘자신은 고통 가운데서 평생을 보내왔다’고 말하고, 그러나 ‘고통이야말로 인간을 성장시켜줄 수 있는 원동력’이며 ‘사랑으로 결합시키는 긴밀한 관계의 신비’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눈물과 사랑의 기쁨을, 절망과 가난의 의미를, 신앙과 죄의 신비를, 참 평화의 진리를 다시 한번 깊이 묵상할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되었다.
사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말했지만 피에르 신부에게 있어서 ‘타인 없는 나야말로 지옥’인 것이다. 타인은 피에르 신부에게 있어 ‘삶의 기쁨’이며, 이런 타인에 대한 헌신과 사랑을 통해 이웃과의 사랑이야말로 내 삶의 ‘단순한 기쁨’임을 깨닫게 되는 소중한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인생이야말로 성경에 나오듯 ‘엠마오’라는 낯선 곳을 향해 떠도는 나그네의 여정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는 것이다.
최인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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