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중국경제의 약진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있어서 중국경제의 향방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우리는 중국경제를 후발 개도국으로 안이하게 생각했다. 주요 수출시장에서의 공략을 저가품에 의한 것으로만 생각하면서 선진경제권 진입에 장애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중국경제는 거대한 물살로 다가오고 있다.
간단한 지표를 보자. 90∼98년 미국시장에서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3.7%에서 2.6%로 줄어든 반면 중국은 2.1%에서 8%로 4배 정도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시장에서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5%에서 4.3%로 감소했으나 중국은 5.1%에서 13.2%로 2배 이상 증가했다.
4200여 수출품목 가운데 세계 수출시장에서 한국의 대 중국 우위 품목은 94년 약 1300개로 30.6%였으나 99년에는 1185개로 약 28.7% 하락했다. 한국의 시장점유율 1위 품목은 86개에서 76개로 줄어들고 있으나 중국은 383개에서 460개로 늘어났다. 경쟁력 있는 품목에 있어서 격차가 6배 이상 나고 있다.
한국의 수출시장으로 중국은 매우 중요하다. 중국시장 점유율에서 한국은 일본 대만 미국에 이어 4위이다. 중국측 통계에 의하면 한국은 99년 약 94억달러의 흑자를 보고 있지만 다른 나라는 큰 흑자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흑자는 석유, 에틸렌, 프로필렌, 스티렌, 반도체, 철강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런 품목들은 조만간 중국정부가 과감한 신·증설을 계획하고 있는 산업이다.
더 놀라운 것은 중국시장에서 우리가 경쟁력을 구비한 품목의 대부분은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보다 과대 평가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보통신 관련 수출품에서도 세계시장에서 중국은 한국을 앞서고 있다. 한국은 60개 품목 중 불과 16개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다. 일부 정보통신 품목에서 중국은 이미 한국에 대해 흑자를 보고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많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정보통신조차 세계적인 경쟁력을 구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경제의 이런 변화에 우리의 산업정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우선 중국시장에서의 흑자 감소에 대비하여야 한다. 대 중국 흑자의 원천인 석유화학, 반도체, 철강 분야는 중국이 필요한 공장을 신·증설할 경우 급격한 수출감소가 예상된다. 대중 흑자의 급감은 국내 경제에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국내산업의 미래를 위해 시급히 대처해야 할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둘째,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업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전통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달성해야 한다. 고용효과가 큰 산업의 경쟁력을 지속시켜야 한다. 5대 주력산업이 부진할 경우 고용문제는 아주 심각해진다. 큰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수십만 명의 생활을 유지시켜 줄 수 있는 업종 역시 국내경제에 매우 중요하다.
셋째, 신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낭만적이어서는 안 된다. 최근 들어 정보기술(IT) 산업 외에도 생명공학(BT) 환경기술(ET) 나노기술(NT)과 같은 신산업이 국내산업의 미래가 될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물론 이런 산업이 미래에 주요산업으로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 산업이 한국경제를 살리는 완전한 대안이 되기에는 당분간 국내 기술력과 자본력이 너무 취약하다. 아주 선별적 집중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그런 만큼 수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감한 규제완화와 노사안정으로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 과도한 규제와 불안정한 노사문화는 외국인 투자유치는커녕 국내기업조차 해외로 이전하게 할 것이다.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로 정보통신에서조차 경쟁력을 갖춘 중국모델을 배울 때다. 자체 능력으로 할 수 없는 것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서라도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박승록(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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