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금통위, 콜금리 인하 '딜레마'

  • 입력 2001년 7월 2일 18시 41분


한국은행이 5일 콜금리 인하여부를 결정할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경기를 보면 인하 기대가 높지만 5%대인 물가를 감안하면 함부로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2일 간담회를 갖고 콜금리인하 여부에 대해 사전조율을 했다. 그러나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한 금통위원은 “성장률은 3%대, 물가는 5%대로 모두 목표치를 벗어나 정책선택에 어려움이 많다”며 “금통위가 열리기 전에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른 금통위원도 “정부쪽에서 금리인하를 여러 통로를 통해 시사하고 있지만 물가불안요소가 많다”며 “이날 간담회에는 해외출장중인 위원 2명이 불참해 내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금통위가 ‘국민의 정부’ 출범이후 가장 치열한 논쟁을 벌일 것을 예고하는 것은 경제상황이 매우 어렵기 때문. 5월중 산업생산증가율은 2.3%. 2월 8.8%를 기록한 뒤 3월 6.4%, 4월 4.6%로 3개월째 내리막이다. 한은도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5.3%에서 3.8%로 대폭 낮췄다. 그런데 6월중 물가상승률은 5.2%로 5월(5.3%)에 이어 5%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앞으로 큰 폭으로 낮아진다는 전망도 나오지 않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저성장-고물가’인 스태그플레이션마저 우려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에 손대기 어려운 실정.

게다가 “정부와 민주당이 금리인하 방침을 정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어 금통위원들의 심기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에서 금리인하를 자꾸 거론하면 한은이 금리를 내리고 싶어도 ‘중앙은행 독립’문제에 걸려서 쉽게 내릴 수 없다”(조지워싱턴대 경영학과 박윤식교수)는 것.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전철환(全哲煥) 한은총재는 이와 관련해 일종의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풀이도 있다. 금리 인하를 주문하는 정부관료를 만날 때는 내리는 쪽에 무게를 뒀다가 물가를 걱정하는 한은으로 돌아오면 현수준 유지로 기울어진다는 것. 다만 전에 물가안정에 무게를 두던 금통위원들이 경기부진도 언급하고 있어 금리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편이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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