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사장은 지난달 25일 뉴욕타임스 본사를 방문한 권순직(權純直) 편집국인사담당부국장 등 동아일보사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한국의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언론사들에 엄청난 금액의 추징금과 과징금을 부과한 것에 대해 “동아일보를 비롯한 한국 언론이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정부가 언론을 위협하는 현재와 같은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언론자유가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로빈슨 사장은 “정부가 감추고 싶어하는 문제를 언론이 보도하려고 하면 할수록 정부가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동아일보는 이러한 싸움을 계속해야 하며 어려운 상황일수록 국민에게 무엇이 진실인지를 끊임없이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중요한 신문들은 이러한 싸움을 계속해야 하며 그런 맥락에서 동아일보가 취하고 있는 자세는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빈슨 사장은 또 “현재 한국뿐만 아니라 남미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언론자유가 위협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며 “뉴욕타임스의 모든 기자들이 외국의 이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뉴욕타임스의 기자들이 한국 상황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게 되기를 원한다”면서 “우리 기자들은 언론자유에 관심이 깊기 때문에 한국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특히 언론담당기자는 한국상황을 계속 주의 깊게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조사라는 무시할 수 없는 ‘무기’를 들고 나온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자 로빈슨 사장은 “(언론사로서는) 대응하기가 훨씬 미묘할 것”이라며 “한국 언론사에 정말로 상당한 액수의 벌금이 부과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로빈슨 사장은 “한국 언론이 현재와 같은 투쟁을 계속하든, 법적 투쟁을 벌이든 중요한 것은 투쟁의 과정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것이 언론이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도 뉴욕타임스가 보도하는 모든 것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언론을 비판하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미국 정부는 설령 기사 내용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들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실제로 그 권리를 존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빈슨 사장은 최근 뉴욕타임스가 한국 상황을 보도하면서 ‘언론에 대한 엄중한 단속(media crackdown)’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를 묻자 “언론자유야말로 민주사회의 근간이자 우리 삶의 기본조건이며 현대 사회에는 반드시 언론자유가 있어야 한다”며 “다른 나라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언론자유는 너무나 중요한 것이므로 뉴욕타임스가 그런 표현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방형남기자>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