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송을 정권지지의 핵으로'

  • 입력 2001년 7월 2일 18시 59분


방송을 정권지지의 핵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또 하나의 언론대책문건이 보도돼 파문이 일고 있다.

현정부 출범직전 작성된 ‘새정부 언론정책 추진계획’이라는 제목의 이 문건은 뒤에 만들어진 일련의 언론문건들과 맥을 같이해 여권이 일정한 계획 하에 언론장악을 위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추진해 오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이를 포함해 여권이 만든 것으로 드러난 문건은 ‘성공적 개혁추진을 위한 외부환경정비방안’(99년 6월) ‘국민의 정부와 언론전략기조’(2000년8, 9월) ‘최근 언론논조분석’(2000년 11월) 등 6건이나 된다.

이번 문건은 강력 야당지의 출현 가능성이 있다며 ‘신문보다 방송을 주된 우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문건은 방송장악을 위해 법적 제도적 바탕 위에서 인적구성 등 정부가 가능한 한 간접적인 방법으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 신문의 경우 공정거래 등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제어나 협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우리는 이 내용들이 최근 상황과 너무나도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최근 방송3사의 보도태도를 보면 어쩌면 그처럼 문건 그대로인지 놀랍다.

방송3사는 세무조사결과 발표 후 자신들의 문제는 거의 지나가듯 하면서 연일 신문, 특히 동아 조선 등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을 공격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최근 한 방송은 언론사 세무조사결과와 수사 상황 등을 20여분 보도하면서 신문사 해명은 10초 정도만 내보냈다. 일반인의 의견제시 장면에선 정부입장을 옹호하는 내용만 내보냈다.

또 다른 방송은 법적 판단도 끝나지 않은 사안을 놓고 마치 유죄가 확정이라도 된 듯이 예단적인 보도를 했다. 문건에 적시된 대로 정부가 언론개혁작업에 방송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이처럼 명명백백히 보여줄 순 없다. 특정신문들이 독재권력에 맞서 민주화에 앞장서고 있을 때 그들은 과연 어떤 목소리를 냈는지 묻고 싶다.

이런 상황들로 봐서 우리는 거듭 이번 세무조사와 공정위의 내부거래조사, 신문고시 부활 등이 바른소리를 하는 특정신문을 옥죄려는 정부의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권력에 대한 비판을 참지 못해 정부가 방송사와 친여매체를 동원해 이처럼 특정신문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여도 되는 것인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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