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피플]'카피 9년' 하재윤 금강기획 차장

  • 입력 2001년 7월 2일 18시 59분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는 통상 ‘광고문안(카피)을 쓰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우리에게 친숙한 카피라이터의 이미지는 멋들어진 광고 카피를 뽑아내기 위해 줄담배를 피워대며 고뇌하는 모습. 하지만 올해로 카피라이터 생활 9년째인 금강기획 하재윤 차장(34)의 생각은 다르다. “카피라이터는 카피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쓰는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예전에는 제품의 본질과 관계없이 그럴듯한 카피를 써도 통했지만 지금은 제품의 ‘느낌’까지 전해야 하는 등 카피의 개념이 바뀌었다는 것.

“입사 초기에는 글만 그럴듯하게 꾸미면 카피가 되는줄 알았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훌륭한 카피는 시청각적인 요소를 두루 갖춰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당장은 톡톡튀는 카피 한줄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도 있겠지만 광고가 생명력을 가지려면 제품 특성과 광고 컨셉에 맞춰 다자인을 조화시켜야 합니다. 바로 아이디어가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지요”

하차장은 최근 세계 3대 광고제의 하나인 뉴욕광고페스티벌에서 현대자동차의 ‘아반떼XD’ 광고로 금상을 받았다. 뉴욕페스티벌에서만 두 번째로 받는 상이지만 이번엔 자신이 주도한 아이디어가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감회가 남다르다.

이 광고는 유럽 아프리카 미주 등 각 대륙의 지도위에 아반떼XD의 연료계를 올려놓고 한번 주유로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의 아이디어가 세계시장에서 통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광고가 히트하면 정작 해당상품은 판매면에서 별 재미를 못본다’는 속설에 대해 반론을 폈다. 상품 판매실적이 광고보다 덜 성공적일 수는 있지만 해당제품의 광고가 소비자들의 입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인지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요즘은 아이디어가 고갈되지 않을까 걱정돼 틈나는대로 대학가를 찾아 후배들과 어울리고 나이트클럽도 출입한다.그는 “몸은 30대 아저씨지만 마음은 20대 초반의 탄력을 유지하려 애쓴다”며 “물리적인 나이야 어쩔수 없는 것이고, 카피라이터가 생각의 나이까지 늙으면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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