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스포츠 인물포커스]신진식 “나를 키운건 8할이 오기”

  • 입력 2001년 7월 2일 19시 19분


【배구코트의 ‘갈색 폭격기’ 신진식(26.삼성화재).

대학때까지 팬들이 붙여준 그의 별명은 ‘블랙 죠’였다. 검은 피부에 고무공같은 탄력이 당시 유행하던 만화영화의 주인공과 닮았기 때문. 하지만 코트위에 내리 꽂히는 파워 넘치는 스파이크는 그의 별명을 바꿨다.

새 별명에 걸맞게 그는 삼성화재를 슈퍼리그 5연패로 이끌며 세번이나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고 지난달 말 중국 서훙에서 열린 아시아배구연맹(AVC)컵 남자클럽 선수권대회에서도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삼성화재의 2연패 달성에 선봉이 됐다.】

배구코트의 ‘갈색 폭격기’ 신진식(26.삼성화재).

대학때까지 팬들이 붙여준 그의 별명은 ‘블랙 죠’였다. 검은 피부에 고무공같은 탄력이 당시 유행하던 만화영화의 주인공과 닮았기 때문. 하지만 코트위에 내리 꽂히는 파워 넘치는 스파이크는 그의 별명을 바꿨다.

새 별명에 걸맞게 그는 삼성화재를 슈퍼리그 5연패로 이끌며 세번이나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고 지난달 말 중국 서훙에서 열린 아시아배구연맹(AVC)컵 남자클럽 선수권대회에서도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삼성화재의 2연패 달성에 선봉이 됐다.

중국에서 귀국한 지 이틀만인 2일 신진식은 아시아 남자챌린지컵대회를 위해 태릉선수촌에 다시 입촌했다. 배구 슈퍼리그가 개막된 지난해 12월부터 벌써 7개월째 이어지는 훈련과 경기의 강행군에도 그는 “조금 피로하기는 하지만 체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도대체 지칠 줄 모르는 그의 체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신진식의 대답은 간단했다. “타고 난 것 같아요”. 대학때 어머니가 개소주를 몇 번 해줬는데 이상하게 먹으면 설사를 해서 더 이상 먹지 않기로 했고 체력 유지를 위해 보약도 먹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신치용 삼성화재감독은 “잠을 잘 자는 것이 비결같다”고 거들었다. 다른 선수에 비해 신진식은 경기나 연습이 끝난 뒤 항상 충분한 숙면을 취한다는 것.(실제 신진식은 경기가 끝난 뒤엔 보통 12시간이상 잔다. 지난달 30일 저녁 중국에서 돌아온 뒤에도 곧장 집으로 가 다음날 오후까지 잤단다)

체력은 그렇다고 치고 그럼 상대적으로 작은 키(1m88)에도 그가 국내 최고의 공격수가 된 비결은 무엇일까.

역시 그 대답도 간단했다. “오기와 근성인 것 같아요”. 고등학교 1학년때 경기를 앞두고 개인공격 연습을 하는 도중 한 선배가 “너는 키가 작으니까 공격연습은 하지마”라는 말에 갑자기 ‘두고봐라’는 오기가 생겼단다. 그 이후 짧은 연습시간에도 이를 악물고 연습한 것이 지금과 같이 ‘지고는 못 참는’ 근성을 갖게 했다는 것.

그렇다고 연습을 힘들어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도 선수라면 한번쯤 해봤을 ‘탈출’도 해봤다.

“중학교 3학년때 가출해봤지요. 후배들에게 기합을 줬더니 모두 도망을 가더라구요. 감독님한테 혼날 것이 무서워 3학년 동기생들과 함께 따라서 도망갔죠. 그 때는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에 운동도 그만둘려고 했어요. 그런데 3일만에 동기생의 형에게 모두 붙잡혀 학교로 돌아왔죠. 그리고는 지금까지 도망간 적은 없어요. 그렇다고 삼성화재의 훈련이 힘들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대학졸업후 입단했을 때는 정말 따라가기 벅찰정도로 힘들었어요”

그럼 왜 그는 입단하기전부터 고되기로 소문난 삼성화재를 선택한 것일까.

“솔직히 대학 3학년때까지는 현대자동차에 입단하고 싶었어요. 당시 최강인 현대자동차에 입단해 우승하면 나도 빛날 수 있다는 생각때문이었지요. 삼성화재가 창단하기전까지만해도 다른 대안은 없었잖아요. 하지만 대학 4학년때 삼성화재가 창단하면서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는 대학 선배 신치용 감독님의 인간적인 정에 마음이 흔들렸지요”

그가 입단할 당시 배구계에서는 1년 선배인 김세진과의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이에 대해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세진이형과 갈등은 전혀 없어요. 가족끼리 같이 휴가도 가는 데요. 그리고 우리 팀의 에이스는 세진이 형이죠. 세진이 형은 팀을 이끌 줄 아니까요” (실제 신진식과 김세진은 분당에 이웃하고 살고 있으며 슈퍼리그가 끝난 뒤 가족들을 데리고 함께 제주도로 휴가를 갔었다.)

민감한 에이스의 질문을 듣고 있던 신감독은 “감독으로서 우리 팀의 에이스가 누구라고 말하며 바보다. 굳이 말한다면 진식이가 리시브 등 굳은 일을 하는 기둥역할의 에이스라면 세진이는 높은 신장을 이용해 결정타와 블로킹 등을 하는 지붕역할의 에이스”라고 말했다.

신감독은 또 둘은 레프트와 라이트로 서로가 서로를 도와줘야 하는 분업된 에이스로 서로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화재가 독주해 배구의 인기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말에 신감독의 얼굴이 굳어졌다. 한마디로 억울하다는 것. 신감독은 “경기전 사람들이 ‘좀 져줘라’ ‘그만 이겨라’고 하는 농담이 제일 듣기 싫다”며 “다른 팀들이 우리팀의 독주를 막을 방안책을 마련하고 우리보다 더 많은 연습을 하지도 않고 무조건 우리를 욕하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열을 냈다.

이에 신진식도 고개를 끄덕인다. “경기에서 이기기위해 몸관리를 잘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는 신진식은 “지금의 기량으로 앞으로 5년정도 더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인〓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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