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신문도 이날 일본 정부는 미국에 우호적 태도를 취해 의정서 핵심 내용인 온실가스의 감축폭과 목표 연도를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이 교토의정서 골격을 수정하려는 것은 의정서를 탈퇴하겠다고 밝힌 미국이 기존 의정서의 내용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일본은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발족키로 합의한 각료급 협의기구에 미국 정부가 수정안을 내주도록 요청할 예정이다. 또 교토의정서 비준의사를 밝힌 유럽연합(EU)측에 이 수정안을 제시해 미국과 유럽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 직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의정서의 정신을 살려나가기 위해서는 미국과 협력하는 것이 좋다”며 “담당자간 충분한 협의를 통해 끝까지 협력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는 “총리는 일본이 앞장서서 의정서를 조인하겠다고 밝혔어야 했다”며 “미국 견해만 고려하다 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물론 연립여당인 공명당도 “일본만이라도 빨리 교토의정서를 비준해 미국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고이즈미 총리의 방침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교토의정서는 92년 리우환경회의에서 채택된 기후변화협약(Cli-matic Change Convention)의 구체안으로서 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채택됐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언제까지, 얼마나 줄일 것인지를 약속한 것이 주요 내용. 이에 따르면 90년에 배출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은 8%, 미국은 7%, 일본은 6%를 각각 줄여야 한다. 한국 등 개도국은 감축의무를 면제받았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3월 “교토의정서는 미국의 국익을 위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성과를 기대할 수도 없다”며 “교토의정서를 실천하지 않을 것이며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5%를 차지하고 있어 미국이 의정서를 비준하지 않고 탈퇴할 경우 의정서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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