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문고의 최주현감독(54)은 우승이 확정되자 긴 한숨을 내쉬며 담배 한 대를 입에 물었다.가슴속에 남아있던 커다란 부담을 덜어낸듯한 표정이었다.
모자속에 희끗희끗한 흰머리를 감춘채 물끄러미 환호하는 선수들을 지켜보던 최감독은 “다 저 아이들이 해낸거예요.오늘은 저 선수들의 날입니다”라며 그제서야 환한 미소를 지었다.
최감독은 아마야구계에 손꼽히는 명장.94년 신생팀인 청주기계공고를 조련해 전국대회 8강권의 강팀으로 만들었고 신일고와 덕수정보고, 천안북일고 등에서 지휘봉을 잡으며 많은 선수들을 길러냈다.
고교야구 정상은 97년 천안북일고를 우승으로 이끈데 이어 황금사자기가 두 번째.
그의 지휘방식은 ‘자율야구’다.선수들이 스스로 훈련할 수 있도록 감독은 여건만 조성해준다는 게 그의 신념.그는 “스스로 알아서 모든 일을 하도록 가르치되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선 책임을 지우게 한다”고 소신을 밝힌다.
최감독은 워낙 대쪽같은 성격 때문에 오해도 많이 받는다.철저히 원리원칙을 따지기 때문에 손해도 많이 보는 스타일.그의 꼬장꼬장한 성격은 가는 곳마다 주위사람들과 불화를 일으켜 여러팀을 전전하게 만든 원인이 되기도 했다. 중앙대감독시절엔 학교관계자들의 부당한 압력을 참지 못해 스스로 감독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최감독과 한번 인연을 맺은 선수들은 그를 잊지 못한다.중앙대에서 제자였던 프로야구 한화 투수 김경원같은 선수들은 아직도 최감독을 ‘사부’로 모시고 슬럼프에 빠지면 자문을 구할 정도.
쉽게 흥분하지 않는 최감독은 “기쁩니다”라는 한마디로 우승소감을 대신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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