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두루마리 컴퓨터' 상품화 눈앞

  • 입력 2001년 7월 3일 18시 39분


영화 ‘레드플레닛(Red Planet)’. 화성을 탐사하던 우주인들이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 펼친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지는 건 놀랍게도 컴퓨터 스크린. 지도와 위치정보, 온도 등 각종 데이터가 한눈에 표시된다.

이것은 더 이상 상상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레드플레닛’에서 종이처럼 둘둘 말아 간편하게 들고다닐 수 있는 ‘두루마리 하드웨어’는 이미 상품화 직전에 와있다. ‘두루마리 하드웨어’가 등장하면 컴퓨터와 스피커 등 전자제품의 휴대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또한 플라스틱 필름에 컴퓨터부품을 인쇄하듯이 부착할 수 있게 돼 저렴한 비용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진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롤트로닉스(www.rolltronics.com)사는 현재 두께 2㎜의 ‘두루마리 컴퓨터’를 개발중이다. ‘두루마리 컴퓨터’를 만들려면 논리회로와 메모리 칩, 전원과 디스플레이를 모두 종이처럼 구부러지도록 개발해야 한다. 구부러지는 논리회로를 만들기 위해서 롤트로닉스는 플라스틱 필름 위에 실리콘 트랜지스터를 놓고 이를 레이저로 가열해 붙이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286컴퓨터 정도의 논리회로 제작이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부러지는 메모리와 모니터 장치 역시 여러 곳에서 연구중이다. 특히 지난달 초엔 미국 뉴저지주의 산오프(www.sarnoff.com)사가 플라스틱 박막액정(TFT) LCD(사진)를 개발했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모니터를 말아서 들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벽에 붙이고 영화를 감상할 수도 있다.

세계최초 개발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긴 했지만 두루마리 형태의 스피커가 지난 3월 국내에서 개발되기도 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고석근 박사팀이 개발한 이 스피커는 전기신호를 압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압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전기신호가 플라스틱 필름에 전달되면 곧바로 압력으로 전환돼 공기를 진동시킨다. 기존 스피커는 원추형의 진동판을 이용하는 구조였다. 빠르면 내년 상반기에 시제품이 나올 예정.

두루마리 기술은 컴퓨터 뿐만아니라 TV나 전자저울 등 다른 전자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다.

컴팩코리아 이홍구 상무는 “휴대의 편리성 이외에 생산비를 수십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트랜지스터나 반도체의 발명과 맞먹는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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