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유럽 세 음악기관 불협화음

  • 입력 2001년 7월 3일 18시 42분


<독일의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바이로이트 축제극장, 그리고 러시아의 볼쇼이 오페라극장. 유럽의 음악적 자존심을 대표하는 세 기관의 삐걱이는 파열음이 인터넷 음악뉴스 사이트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이들의 잡음은 세 기관의 ‘수장’과 이들을 감독해온 정부 기관의 불편한 관계가 자아내는 마찰음이기도 하다.>

◆ 바이로이트 축제극장

125년째 바그너 음악축제를 개최해온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은 독일정부의 압박으로 코너에 몰려온 총감독 볼프강 바그너(81)가 최근 기사회생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3월 바그너 음악축제 이사회에서 독일정부와 바이에른 주정부가 조종한 ‘쿠데타’에 의해 새 감독으로 지명된 볼프강의 딸 에바 바그너 파스키에(55)는 최근 “아버지 볼프강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극장을 장악하기 불가능하다”며 감독직 취임을 거절했다.

‘악극(Musikdrama)의 왕’ 리하르트 바그너의 증손자인 볼프강은 2차 대전 이후 형 빌란트와 함께 바이로이트 극장 재건에 성공했으나 최근 독단적인 축제 운영으로 정부 및 악단 이사회와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 그는 악단 이사회가 새 총감독으로 에바를 지명한 뒤에도 ‘총감독은 규정상 종신직’이라며 사퇴를 거부해왔다.

◆ 볼쇼이 오페라 극장

225년 역사를 자랑하며 ‘러시아의 얼굴’로 불려온 모스크바의 볼쇼이 오페라극장은 최근 예술감독인 지휘자 게나디 로제스트벤스키(70)의 사퇴로 홍역을 치렀다. 9개월 전 정부에 의해 ‘붕괴위기에 처한 볼쇼이의 구원자’로 등장한 로제스트벤스키는 극장 재건에 필요한 외부 지원금 확보에 효율적인 도움을 주지 못해 정부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로제스트벤스키의 사퇴는 표면상으로는 최근 공연한 프로코피에프의 오페라 ‘도박사’가 흥행에 실패한 것이 이유. 그러나 로제스트벤스키는 퇴임하면서 정부에 대해 “극장의 자구책만 요구하지 말고 실질적인 도움을 달라”는 쓴소리를 던졌다. 후임에는 오페라 전문지휘자인 알렉산더 베데르니코프가 임명됐다.

◆ 베를린 필 오케스트라

최근 단원들의 ‘고별교향곡 시위’로 뉴스의 초점이 됐던 이 오케스트라는 정부측이 악단의 요구를 들어주는 쪽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영국 출신의 지휘자 사이먼 래틀(46)이 2002년부터 상임지휘자에 취임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래틀은 “단원들의 급여를 현실화하고 자립적 재단이 악단을 운영하도록 체제를 개편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취임 거부도 불사하겠다”고 밝혔었다.

단원들은 콘서트 중 한 사람씩 자리를 떠나는 하이든의 ‘고별교향곡’을 연주, 이에 가세했다. 베를린 시 정부는 지난달 말 ‘단원들의 요구사항을 수락한다’고 발표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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