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의 하니웰 인수승인 요청서를 심의해온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3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정기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표결에 부쳐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EU 집행위의 결정 시한은 12일이다.
EU 집행위는 그동안 공공연하게 GE의 하니웰 인수를 반대해온데다 GE의 막판 양보안마저 거부한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의 언론들은 GE의 승인요청 기각을 기정사실로 보도하고 있다.
▼신화적 경영인 명성 퇴색▼
▽웰치 회장 생애의 가장 쓴 실패〓웰치 회장은 지난해 10월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하니웰 인수 계획을 공식 발표하면서 “하니웰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은퇴시기를 2001년 4월에서 연말로 미루겠다”고 선언했다. 109년의 GE 역사상 최대 금액(450억달러·약 50조8500억원)이 투입되는 합병 작업을 직접 진두지휘한 뒤 화려한 은퇴식을 갖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
1981년 GE의 최연소 회장으로 취임한 웰치 회장은 그동안 가전에 집중돼 있던 GE를 수익성 없는 사업부문의 과감한 매각과 새사업으로의 진출로 비행기 엔진과 의료기기, 금융, 미디어 등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 기업으로 일궈냈다. 그는 취임 당시 120억달러였던 GE의 시장가치를 지난해 44배 가량인 5250억달러로 끌어올리며 신화적인 경영인의 입지를 굳혀왔다. 그런 웰치 회장이 화룡점정(畵龍點睛)으로 여기던 하니웰 인수는 독과점을 우려한 EU집행위에 발목이 잡힌 것.
GE-하니웰 합병 추진 일지 | |
2000.10.23 | 잭 웰치 GE회장, 은퇴 연기 및 하니웰 인수 계획 선언 |
2001. 5.2 | 미 법무부, GE의 하니웰 인수 승인 |
6.8 | 웰치 회장, EU집행위 방문, 하니웰 인수 승인 요청 |
6.14 | GE, EU에 하니웰 자산 22억달러 매각안 담은 합병승인 요청서 제출 |
6.15 | EU집행위, EU회원국에 GE-하니웰 합병거부 지지 요청 |
6.27 | GE, 항공기 리스부문(GECAS) 지분 일부 매각 등 막판 양보안 제시 |
6.28 | EU집행위, GE 막판 양보안 거부 |
7.3 | EU집행위, GE-하니웰 합병에 대해 표결 |
게다가 하니웰은 ‘GE가 합병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협약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어 자칫 소송에 휘말릴 위기에 몰렸다. GE는 지난달 29일 ‘합병금액을 낮춰 EU에 마지막 양보안을 제출하자’는 하니웰의 제안을 거부했다.
▼美-유럽 무역분쟁 예고▼
▽미-EU 통상관계도 손상〓EU집행위가 GE-하니웰 합병을 기각하면 미국 업체끼리의 합병이 EU의 반대로 무산되는 첫 사례가 된다.
GE는 이미 5월초 미 법무부로부터 헬리콥터 엔진 부문을 매각한다는 전제하에 조건부로 하니웰 인수를 승인받았다. GE는 22억달러 규모의 하니웰 자산을 추가로 매각하겠다며 EU의 승인을 요청했지만 EU는 ‘GE의 독점 문제가 해결되려면 자산 매각 금액이 두배는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미국과 EU는 세계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다른 나라 기업간의 합병도 승인 또는 거부할 수 있다.
GE-하니웰 합병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최근 유럽을 순방할 당시 EU의 협조를 요청할 만큼 미국과 EU간 중대한 현안이었다. 따라서 이번 EU의 결정은 앞으로 미국과 EU간의 새로운 무역전쟁을 불러올 수도 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EU가 GE의 하니웰 인수를 불허하면 미국이 그 보복으로 철강분야 등에서 유럽에 ‘보호주의 폭탄’을 던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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