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께 자신의 이름 석자가 박힌 화려한 카드 한 통이 날아들었다.
밝은 파스텔톤 종이에 자수가 놓여진 카드 분위기를 봐서는 ‘축하카드’나 ‘러브레터’ 임이 분명한 듯했다.
“남편이 보냈을까? 아니야. 그 사람은 그럴 리 없어. 결혼기념일에도 ‘기념할 거리가 되느냐’고 말해 버리는 사람인데. 그럼 애들이 그랬나? 아무래도 아빠보다는 덜 무심한 편이거든. 옛날 남자친구한테서 온 카드면 어쩌지?”
한참을 고민하던 M씨. 10여분을 망설이다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 듯 조심스레 카드를 열어보았다.
문구를 확인한 순간 M씨는 갑자기 허탈해졌다.
“생신을 축하합니다. △△은행 ××지점 직원 일동 올림.”
“그래도 남편과 자식도 알지 못하는 이의 생일을 기억해 주는 건 은행 사람들뿐이네요.”
비로소 자신의 생일을 알게 된 M씨의 말에는 40대 주부의 허무함이 배어 있었다.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