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삼성SDS에 대한 158억원의 과징금 부과가 법률 적용을 잘못한 것이라는 법원 판결은 공정위 업무 처리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그것이 단순한 업무지식 부족에서 기인했건, 아니면 권력 남용에 가까운 자의적 판단 때문에 빚어진 일이건 공정위의 권위와 신뢰성에는 큰 상처로 남게 됐다.
언론사 조사과정에서 특정 신문사의 계열사였던 한겨레리빙㈜을 배제한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했던 것은 이를 변명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기관의 비정직성이었다. 그 문제에 이어 터져 나온 과징금 부풀리기 의혹 역시 공정위의 잣대가 얼마나 일관성 없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언론사에 부과한 과징금 산출시 부가세를 포함하는 것이 옳았다면 왜 그동안 기업조사 때는 단 한 건도 그 방식을 택하지 않았단 말인가. 계속되는 공정위의 설득력 없는 변명에는 이제 신물이 날 지경이다.
앞의 몇 가지 사례에서 나타난 공정위의 저하된 실상은 이 기관의 지나친 정치성향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다. 그 배경으로 이남기(李南基) 위원장의 임기와 관련된 문제를 들 수 있다. 비록 서울행정법원은 3일 이 위원장 임명이 무효라며 한나라당이 낸 소송에서 한나라당은 소송자격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각하했지만 소송적격자가 재판을 요구할 경우 임기문제는 심판할 수 있는 대상임을 명백히 했다. 이 위원장 임명에 문제가 있다는 뜻을 간접적으로나마 내비친 것이다.
이 문제는 이 위원장의 석연치 않은 연임 직후 관련 공정거래법이 개정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제기됐던 것이다. 임명권자가 법률상 논란의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장을 굳이 임명한 것은 아마도 오늘날과 같은 그의 역할을 기대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이 위원장이 임명된 후 일련의 사안에서 경제적 논리보다 정부의 ‘정치적 기획’을 더 중요시한 이유가 그런 데에서 기인했다면 그것은 공정위뿐만 아니라 정부 전체에 해로운 일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공정위는 특정정권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기구는 공정거래 환경 조성을 위해 영속성 있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더 상처를 받기 전에 공정위는 지금부터라도 모든 판단의 근거를 공정거래 확보라는 원칙에 둘 것을 엄중히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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