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칫 전국민을 억울한 ‘가해자’로 만들 수 있는 ‘꾀병 환자’를 없애기 위한 관심을 촉구하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을 뿐”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임관 7년차로 3년째 교통전담판사로 일해온 노 판사는 특히 ‘가해자’가 여성일 경우는 ‘꾀병’의 강도가 심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가벼운 접촉사고가 분명한데도 피해자가 병원에 입원해 버리면 사고를 낸 사람이 당황하게 됩니다. 또 접촉사고 후 ‘괜찮다’고 일단 헤어진 뒤 경찰에 ‘뺑소니’로 신고하고 상당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악덕 운전자’도 적지 않았어요.”
그는 심리중인 사건중 차량이 깨진 정도나 피해자의 평소 건강상태 등을 종합해 피해자가 다쳤다고 보기 힘든 9건을 직접 파헤치기로 결심했다.
우선 의사들을 불러 진단서를 내준 경위에 대해 직접 심문했다. 그 결과 ‘환자가 아프다’고 주장하면 일단 진단서를 발급하는 관행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꾀병 환자로 의심되면 직접 데리고 나가 현장조사도 벌였다.
이 때문에 노 판사의 쏘나타승용차는 ‘고물차’가 돼버렸다. 직접 사고현장으로 나가 충격실험을 했기 때문이다. 판사의 ‘현장 검증’에 주눅이 든 피해자들은 “솔직히 큰 충격은 없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에 피해자의 사고발생 횟수, 보험금 지급액수와 명세 등에 대한 사실 조회도 했다. 그 결과 1년에 무려 4번이나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내고’ 보험금을 받아간 ‘상습범’을 밝혀내기도 했다.
판결 내용이 보도된 후 노 판사에게는 ‘튀는 행동’이 아니냐는 법원 안팎의 우려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자에게는 노 판사를 지지하며 그의 소신과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는 전화와 e메일이 쇄도했다.
<인천〓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