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종대/보험제 뿌리 흔드는 '健保특별법'

  • 입력 2001년 7월 4일 18시 37분


민주당이 6월 18일 국회에 제출한 ‘국민건강보험재정 건전화특별법(안)’의 골자는 3가지로 축약된다. 첫째, 보험료 조정을 위해 보험공단에 두는 ‘재정운영위원회’와 보험수가 조정을 위해 보건복지부에 두는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를 통합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설치해 보험료와 보험수가를 조정한다는 것이다. 둘째, 담배에 부과하여 조성하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을 보험 진료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며 그 부담금을 대폭 인상한다는 것이다. 셋째, 지역의료보험 가입자의 보험진료 비용에 대해서는 국가가 50%를 부담한다는 것이다.

이런 조치는 수익자 부담의 보험방식에서 국가관리 의료체제로의 전환을 예고하는 중대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의료의 수요와 비용조달을 사실상 국가관리 하에 두는 조치이기 때문에 공급자인 의사와 의료기관에 대한 통제 또한 강화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6월 직장의보와 지역의보의 통합은 보험료 부담의 형평이 보장되지 않으면 ‘위헌’이라면서도 묘한 논리로 위헌이 아니라고 합리화했다. 즉 직장과 지역의보 재정이 완전 통합되는 2001년 12월 31일까지 자영자의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1년 6개월의 기간이 남아 있고, 보험공단에 보험가입자의 대의기관이며 의결기관인 재정운영위원회를 두어 합리적으로 보험료를 부과해 부담의 형평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새 법안은 재정운영위원회까지 폐지토록 했으니 이제 국민건강보험법이 위헌임은 말할 것도 없다. 비용부담자인 보험가입자가 참여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뤄 나가야 하는 사회보험제도의 이념에도 더 이상 맞지 않다.

또 국민건강증진기금을 의료보험 진료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기금의 설치 목적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국민건강증진법 자체를 일탈한 것이다. 이 법은 국민에게 건강에 관한 지식을 보급하고 건강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담배에 부담금을 부과해 건강증진기금을 조성토록 했다. 그런데 저소득자나 고소득자가 똑같이 부담하는 담배부담금을 인상해 의료보험 진료비용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은 사회보험의 소득재분배 원칙에 배치된다.

지역가입자에 대해서만 보험진료 비용의 50%를 국가가 부담하는 것도 형평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예컨대 제조회사에 근무하는 월 보수 150만원인 기능직원의 보험진료비에 대해서는 국가 지원이 없고, 대형 편의점을 운영하여 월 소득 900만원인 자영자의 보험진료비는 국가가 50%를 지원해 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가 예산 범위 내에서 보험공단의 건강보험사업 운영비용의 일부를 부담할 수 있게 한 법규정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수익자 부담의 보험 방식을 버리고 국가관리체제로 가겠다면 그에 부합되는 조세제도와 의료사회화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모든 분쟁과 분열은 분배과정에서 형평성과 정당성을 상실할 때 발생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 종 대(한국복지문제연구소장, 전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