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가에서 문장력이 돋보이는 애널리스트는 피데스투자자문의 정동희팀장과 삼성증권의 김도현수석연구원.
정팀장은 ‘촌철살인’의 강렬한 제목으로 단번에 독자의 눈을 끄는 표현이 장기.
지난해 10월 혼조장세를 예측한 그의 글 제목은 ‘악바리 근성이 절실히 필요한 악!토버(October)’였다. 올해 5월 강세장을 예고하는 글 제목은 ‘우리는 다시 세상 속으로 뜨겁게’. 최근에는 ‘올해는 여름 휴가를 좀 일찍 다녀오자’(‘투자를 좀 쉬자’는 뜻) ‘총알이 빗발칠 때는 무조건 엎드리자’라며 악재가 많은 시장 상황을 재치있게 표현했다.
그의 글은 비유가 많지만 결론도 분명하다는 특징이 있다. ‘오른다’ 아니면 ‘내린다’이지 어중간한 내용은 거의 없다. 정팀장은 “살벌한 증시에서 분석가의 결론은 당연히 단호해야 한다. 단지 그 단호한 결론을 더 읽기 쉽게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도현연구원은 길고 여운이 있는 비유로 읽는 이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표현이 특징. 5월 중순경 그는 미국 금리인하 폭에 대한 염려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오히려 선취매를 권하면서 ‘자 출발해보자’라는 제목의 글을 이렇게 전개했다.
“제 2차 세계대전 때 심한 폭풍우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2주일 이상 연기될 뻔 했다. 총사령관인 아이젠하워 원수는 더 기다려보자는 참모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자, 출발해보자’(ok. let’s go!)라는 단호한 한마디로 지상 최대의 상륙작전을 시작했다. 훗날 무리한 결정이 아니었냐는 비판해 대해 그는 ‘모든 조건이 완벽해질 때를 기다리는 장군은 결국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답했다.”
또 4월27일자 글에서는 ‘10년전 일기를 꺼내어’라는 수필같은 제목으로 10년전과 현재의 미국 증시 상황을 비교 분석하는 재치를 선보였다.
김연구원은 “글쓰는 재주가 있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면서도 “흥분하기 쉬운 투자자에게 오히려 마음을 가라앉게 해주는 분석을 많이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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