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은 당초 올해안에 제정될 예정이었으나 실제 법안의 전 단계인 시안에서부터 국회와 과학계의 반대가 거세지면서 법제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있다.
과학기술부 생명윤리자문위원회(위원장 진교훈 서울대 교수)는 이달중 과기부에 생명윤리법 시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과기부는 이 시안을 토대로 생명윤리법을 만든 뒤 부처간 협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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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생명윤리 자문위원 토마스 머레이 소장 |
과학계는 이 안이 생명과학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종교계와 시민단체는 과학을 위해 생명윤리를 희생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안의 쟁점 사항〓이번 시안은 자문위가 5월 발표한 기초 시안의 골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논란의 핵심인 ‘인간배아 복제’는 여전히 금지된다. 그러나 배아복제의 안전성이 높아지거나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다시 논의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불임 치료를 위한 동물의 난자 이용이나 태아의 유전자 치료 등도 금지된다. 일부 과학자들은 안전성이 확인된 유전자 치료는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자문위는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생명과학 특허 문제에 대해서는 특허청의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는 선에서 절충안이 마련된다. 진교훈 위원장은 “특허는 특허청이 결정하며, 시민단체의 이의가 있을 경우 생명윤리위원회가 재심을 요청하며 자문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는 반대 강해〓생명윤리법을 심의할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의원들은 자문위 시안이 지나치게 규제 위주이며,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효석 의원(민주당)은 “자문위의 시안은 윤리적인 면이 너무 강해 생명과학의 발전과 생명윤리를 존중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도록 과기부에서 충분히 검토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춘 위원(한나라당)도 “생명윤리법이 자문위의 시안 수준으로 만들어진다면 결코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자문위 관계자는 “현재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인간배아 복제를 할 필요가 없으며, 냉동배아 연구로도 충분히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일부 국회의원들이 반대하는 것은 알지만 기본안이 시민단체와 종교계, 여성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며 국회에서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법 제정 올해 넘길 수도〓생명윤리법을 둘러싼 대립이 좁혀들지 않음에 따라 이 법의 제정은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기부의 한 관계자는 “생명윤리법을 ‘9월 정기국회’라는 시한에 쫓겨 만들지 않을 것”라며 “해외 사례를 연구하고 폭넓은 여론을 모으자면 올해를 넘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국회도 현재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생명윤리법’ 논의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문위와 시민단체는 법 제정의 연기가 생명윤리 존중에 대한 후퇴며, 과학자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문위의 권혁찬 교수(을지의대)는 “지금 생명윤리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국내에서 배아나 난자 관리가 더 엉망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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