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유치원 동창생' 남편

  • 입력 2001년 7월 4일 19시 11분


최근 ‘유치원 동창’과 결혼한 딸(31)을 둔 50대 주부 A씨.

딸을 출가시키기 전 이웃집 아주머니 B씨에게 속내를 털어놨다. 딸아이가 시간이 갈수록 결혼 결정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본인은 못내 아쉬운가 봐요. 그래도 나이가 찼으니까 어쩌겠어요….”

“어려서부터 쭉 봐와서 신랑 될 사람이 별로 ‘남자’ 라는 생각이 안든대요.”

“사랑다운 사랑도 한 번 못해 보고 시집가는 것 같다기에 ‘다른 남자들도 별 수 없어’라고 말해주긴 했지만….”

딸을 시집보낸 뒤 두 달쯤 지나 B씨가 A씨 집에 들렀다.

“요즘 어떻대요?”

“아이고. 말도 마세요.”

B씨는 말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고 화제를 돌려보려 했다. 그러나 A씨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걔들이 글쎄 세 살 때부터 만나서 못산 걸 후회하고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네?”

“서로 모르는 것도 없고 감출 것도 없으니 그렇게 마음이 잘 통한다네요. ‘유치원 인연’이 그렇게 소중한 지 여태 몰랐다나 뭐라나….”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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