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주부 김지윤씨 "홈페이지가 놀이터"

  • 입력 2001년 7월 5일 18시 35분


“10권짜리 전집을 신청했는데 1권만 왔어요. 포인트 적립도 1권어치만 된 것 같던데…. 결제는 10권 다 했고요.”

기자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인터넷쇼핑몰의 고객지원센터에서 걸려온 전화. 김지윤씨(32)는 통화를 끝내고는 기자에게 말했다.

“고객의 소리에 글 올린지 몇시간도 안됐는데 제꺽 연락이 오네요.”

김씨는 지난해 말까지 10년간 방송사의 뉴스 스크립터로 일했다.

“늘 뉴스 속에 살다가 일을 그만두려니 ‘세상 돌아가는 것과 단절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생기더라고요. 주요 뉴스사이트를 훑는 게 오전의 일과예요.”

‘일터’가 없으니 ‘놀이터’가 필요했다는 김씨는 올초 홈페이지 ‘스토리뱅크’를 만들어 놀이터로 삼고 있다. 드라마작가 지망생인 김씨는 드라마소재가 될만한 사건기사 인물기사 등을 긁어서 올려놓기도 하고 습작을 띄우기도 한다.

“남편하고 TV프로 보고싶은 것이 달라도 싸울일이 없어요. 나중에 다 인터넷으로 볼 수 있으니까요. CD를 사지 않고도 맘대로 음악도 들을 수 있어 좋고.”

김씨는 또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는데 인터넷뱅킹으로 웬만한 일은 해결할 수 있어서 좋다”며 “수수료도 훨씬 싸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은 ‘착한 딸’ 노릇을 하는 데도 한몫 한다. 아버지 생신선물로 인터넷쇼핑몰에서 여름 돗자리를 보내드렸고, 4월에 중국 여행을 보내 드릴때도 인터넷으로 재미있는 자료를 미리 찾아 보여드렸다.

“열살 어린 남동생하고 달랑 둘인데 군대를 갔거든요. 적적해 하시기에 5월 초고속망을 깔고 e메일사용법을 알려드렸죠. ‘독수리타법’으로 쓰셨을 서너줄짜리 메일에 가슴이 찡해요.”

말하는 동안 다른 e메일이 도착했다. ‘토요일 종로 N낙지집.’

“토요일에 친구들을 만나요. 다들 e메일 있으니까 약속잡을 때 전화걸 일이 없네요.”

김씨가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사는 것은 책. 독자서평에 거의 매주 응모한다. 이주일의 서평으로 당첨돼 ‘어마어마한’ 포인트를 쌓은 적도 있다.

“인터넷에는 메아리가 있어요. 좋아하는 작가에게 e메일 한번 보내봤는데 답신이 왔어요. 또 어느 드라마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게시판에 올렸는데 신문에 제 글이 인용돼서 나왔더라고요. ‘네티즌 논란’ 이런 제목으로.”

김씨는 곧 아이를 가질 생각이다. 그래서 육아관련 사이트와 정보를 모으는 게 요즘의 관심사라고 했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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