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라디오 방송에선 “해피 포스 오브 줄라이(Happy 4th of July)”라는 인사가 수도 없이 흘러나왔고 주요 거리는 성조기가 물결을 이뤘다. 국가의 가장 큰 경축일을 기념하는 음악회, 퍼레이드,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가 곳곳에서 열려 뜻깊은 휴일을 맞은 시민들을 즐겁게 했다.
이날 경축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 몰 부근에서 펼쳐진 불꽃놀이 행사. 밤 9시10분부터 열리는 행사를 좋은 자리에서 지켜보기 위해 수많은 시민들이 일찌감치 몰리는 바람에 워싱턴 중심부는 대낮부터 크게 북적거렸다.
저녁 무렵부터 굵은 빗줄기가 오락가락했지만 축하 분위기에 들뜬 시민들의 열기를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마침내 요란한 폭음과 함께 형형색색의 불꽃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기 시작하자 곳곳에서 탄성과 환호, 휘파람,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벅찬 표정에선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역력히 느껴졌다.
행사가 끝난 뒤 교외로 빠지는 지하철은 서울의 출퇴근 시간을 뺨칠 만큼 수많은 인파로 붐볐다. 평소 남과의 신체접촉을 무척 꺼리는 미국인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 지하철 안에서도 시종 밝은 표정을 짓는 것을 보며 독립기념일이 미국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미국은 어떤 면에선 애국심과 국가에 대한 충성의 개념이 한국보다도 강한 측면이 있다. 성조기는 수영복, 속옷, 샌들 등에까지 등장할 만큼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고 ‘애국’ ‘애국자’ ‘국가적 영웅’ 같은 말도 흔히 쓰인다.
미국이 초강대국인 만큼 미국인들이 국가에 긍지를 느끼는 것이 당연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같은 나라사랑 때문에 미국이 초강대국이 될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한국의 광복절과 개천절도 그야말로 국민적 축제가 될 수는 없는 것일까. 탈 조국 현상까지 나타나는 한국을 떠올려보면 미국의 독립기념 행사가 마냥 부럽게 느껴진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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