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후 헨리군과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몰리 내시(6)가 같은 병원에 입원했다. 두 아이는 팬코니 빈혈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항상 그렇듯이 거의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두 아이 모두 얼굴과 눈이 작았으며 나이에 비해 몸집도 아주 작았다.
그러나 두 아이의 운명은 하늘과 땅처럼 달랐다. 몰리양에게는 HLA가 완벽하게 일치하는 남동생이 있었던 반면 헨리군에게는 그런 형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헨리군의 부모가 아들을 구하려고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두 아이의 부모는 모두 자식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몇 년 동안 특별한 방법을 시도했다. 시험관 수정을 통해 수정란을 만든 다음 수정란이 아직 배아 상태일 때 검사를 실시해서 팬코니 빈혈증도 없고, HLA도 일치하는 수정란을 골라 임신을 하는 방법이었다.
몰리양의 부모는 이 방법을 통해 몰리양의 남동생 애덤군을 얻었다. 그러나 헨리군의 부모는 임신에 실패했다. 헨리군의 엄마 로리씨는 2년반 동안 아들을 살리기 위해 인공수정을 시도하면서 353대의 주사를 맞고 198개의 난자를 생산해냈다.
로리씨와 그녀의 남편 앨런씨는 그 동안 인간의 배아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지원 금지조치와도 싸워야 했다. 수정란을 검사해서 HLA 타입을 식별하는 방법을 처음 생각해낸 마크 휴즈 박사가 로리씨와 앨런씨의 수정란 검사를 맡아주었지만 그가 국립보건원에서 월급을 받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휴즈 박사는 결국 일자리를 잃었고 간신히 새 직장을 찾은 후에는 아내를 유방암으로 잃었다. 그래도 휴즈 박사는 자신의 연구실에 헨리군의 사진을 걸어놓고 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몰리양의 부모와 헨리군의 부모, 그리고 휴즈 박사는 인간배아 연구의 도덕성을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죽어가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했다. 부모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이 어째서 잘못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한다.
그러나 생명윤리학자들은 바로 부모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애덤군이 태어나기 전에 몰리양의 상태가 위독해졌다면 몰리양의 부모가 몰리양을 구하기 위해 태아를 낙태시키고 태아의 간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하려고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몰리양 부모의 임신을 도와주었던 생식 유전학 연구소의 찰스 스트롬 박사처럼 배아연구를 옹호하는 사람들도 이 연구가 남용될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들은 배아연구에 대해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금지한 조치가 오히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조치로 인해 배아연구가 민간영역에서만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민간영역에는 배아연구의 남용을 저지할 억제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http://www.nytimes.com/2001/07/01/magazine/01FACONI.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