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D램업계 감산 합의 못할것"…국내 애널리스트 반응

  • 입력 2001년 7월 5일 18시 41분


국내외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은 D램 경기를 되살릴 유일한 대안으로 칩메이커간의 감산 합의를 꼽아왔다. D램 가격의 추락은 수요부진과 공급과잉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빚어졌는데 PC와 통신기기의 판매부진으로 연내 수요가 살아나기 어렵다고 판단되자 공급쪽에서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메이커들이 원가 이하로 떨어진 가격을 견디지 못해 자연스럽게 감산에 합의해야 칩값이 반등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왔다.

현재의 D램 공급과잉은 심각한 수준이다. 주문량에서 출하량을 뺀 수치가 지난해초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서 있으며 그 폭도 점차 커지고 있다. 주문은 줄고 있는데 출하량은 늘어나 공급과잉상태가 풀리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 수치가 플러스로 돌아서려면 적어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공통된 견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칩메이커들이 감산에 합의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증권 김영준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선발업체들은 만성적인 공급과잉의 해결책으로 D램의 하락을 방관하면서 후발업체들의 자발적인 퇴출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85년 일본업체들이 메모리분야에서 득세하자 인텔 등 미국의 대형 반도체업체들이 메모리분야를 포기했고 98년에는 대만의 ASMC와 뱅가드가 D램을 포기하고 파운더리업체로 전환한 것처럼 후발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사업을 포기하기를 기대해 본다는 것.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본 업체들이 시스템집적회로(IC)쪽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감산합의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또 다른 이유는 후발업체이 취약한 재무구조 때문. 당장 써야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출하량을 줄이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감산 합의만 해놓고 뒤로 물량을 빼낼 것을 의심해야할 만큼 사정은 좋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메리츠증권의 최석포 애널리스트도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다. 최 애널리스트는 “97년 1월부터 8월까지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LG반도체 NEC 도시바 히타치 미쓰비시 후지쓰 등 8개사가 감산에 합의했지만 여기에 참여하지 않은 마이크론과 대만업체들만 이득을 본 경험이 감산합의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본격적인 정보기술(IT) 경기회복이 예상되는 내년에나 D램값의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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