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동전도 동전나름

  • 입력 2001년 7월 5일 19시 04분


얼마 전 회사원 K씨(30)는 출근 도중 아랫배가 묵직해오며 ‘이상 신호’를 느꼈다. 지난 밤 회식 자리의 과음이 문제였다. 서둘러 인근 전철역 화장실로 뛰어들어간 K씨는 화장실 옆 휴지자판기부터 찾았다. 아래뱃는 점점 더 무거워졌지만 100원짜리 동전이 없었다. 겨우 찾은 500원 동전 하나.

“저, 죄송한데요. 잔돈 좀 바꿔주시면 안될까요?”

전철매표소로 달려간 K씨는 역무원에게 통사정을 했다.

“안돼요. 저희들도 아침마다 돈을 바꿔오는데 여긴 유동인구가 많아 잔돈이 모자라요.”

“저 급해서 그래요. 좀 바꿔주세요.”

“그러면 전철 밖으로 나가면 매점이 있는데 그곳에서 부탁하세요.”

“정 그러면 200원만 주세요.”

다급한 김씨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아랫배를 움켜 쥔 김씨와 역무원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김씨 뒤에 줄을 선 사람들의 짜증스러운 목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자, 여기있어요.”

역무원은 마지못한 표정으로 50원짜리 10개를 창구 밑으로 내밀었다.

<이진한기자>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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