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사정이 있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는 옛집과 궁합이 안맞아 제 기량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이적 선수들은 여느 선수보다 투지를 불태우게 마련이다. 보란 듯이 성공해 자신을 버린 옛 집에 짜릿한 복수를 꿈꾸는 것. 선수 맞트레이드가 종종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낳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해 부천 SK가 상위권으로 도약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공격형 미드필더 전경준이 대표적인 케이스. 선 굵은 플레이보다는 개인기와 패싱력이 우수한 그의 장점이 포항에서는 꽃을 피우지 못했지만 세밀한 조직 축구를 구사하는 부천과는 궁합이 딱 맞아 떨어졌던 것.
올 시즌 이적 선수중 전경준처럼 ‘제2의 축구 인생’을 열어가고 있는 선수는 부천 김한윤과 전북 현대모터스 안홍민. 전경준에 이어 올시즌 포항 스틸러스에서 이적한 수비수 김한윤은 비록 팀 성적이 공격력 약화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강철의 빈 자리를 완벽하게 메우고 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특별한 용병 보강이 없었던 부천 조윤환 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잘 고른 이적생 덕분에 체면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고 포항으로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출 수 없다.
울산 현대에서 이적한 전북 안홍민 역시 팀 성적은 최악이지만 부상으로 주저앉은 박성배의 공백을 기대 이상으로 메우며 정규리그 들어 팀이 기록한 전체 3골 중 1골을 기록했다.
이적생은 아니지만 우여곡절 끝에 성남 일화에 안착한 유고 용병 샤샤도 아디다스컵 득점 공동 2위(5골)에 이어 정규리그 들어 3경기에서 3골1도움을 기록,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반면 청운의 꿈을 품고 대전 시티즌에서 수원으로 둥지를 튼 서동원은 컨디션 난조로 제 자리를 못찾고 있다. 성남에서 부천으로 적을 옮긴 ‘팽이’ 이상윤도 후반 교체 멤버로 간간히 출전할 뿐 확실한 이미지를 못남기고 있고 연봉 협상이 결렬되면서 울산에서 포항으로 이적한 GK 김병지는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주전 자리까지 위협받고 있다.
프로는 어차피 실력으로 모든 것을 말할 뿐이다. 24명의 이적 선수들이 올 시즌 후 받아들 성적표에는 몇 점이 적혀 있을까.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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