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왕건에게 배우는 디지털 리더쉽'

◆ '왕건에게 배우는 디지털 리더십'/김석우 지음/256쪽/ 9000원/ 느낌이 있는 나무

한동안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왕건은 뜨지 않고 궁예가 인기를 끌었다. 궁예가 죽으면 왕건이 뜨려니 했지만 이젠 견훤이 뜨고 있다고 한다. 화려하지 않고 항상 뒷전으로 밀려있는 왕건. 그렇지만 최후의 승자는 왕건이었다. 그의 리더십은 어떤 비결이 있는 걸까.

궁예의 리더십은 ‘카리스마’다. 새로운 사업기회가 생겼을 때 이를 놓치지 않고 공격해서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기회를 포착하면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자신을 키워준 사람도 가차없이 제거한다.

궁예 이후 뜨고 있는 견훤의 리더십은 ‘실천적’이다. 늘 전투의 최전선에 서서 그의 분신과도 같은 철기군과 함께 동고동락했다.

그렇지만 왕건이 끝내 승리한 것은 궁예와 견훤의 리더십을 뛰어넘는 그만의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2인자적’ 또는 ‘포용적’ 리더십이라고 할 수있는 왕건의 리더십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때를 알고 기다리는 지혜를 의미한다.

1000년이 지난 지금, 디지털 시대를 맞고 있는 우리들에게 왕건의 리더십이 의미를 갖는 것은 그가 변화를 수용하는 역동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는 수직적 구조 대신 수평적이고 수시로 이합집산이 가능한 다양성과 개방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카리스마적 리더십보다 조직원에게 스스로의 변화를 유도하는 ‘변화유도형’ 리더십이 더 필요하다는 것.

저자는 왕건의 리더십을 ‘4E’로 정리한다. 웅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인비전’(Envision),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 일으키는 ‘인에이블’(Enable), 활력을 불어넣어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에너자이저’(Energizer), 스스로의 판단과 권한으로 임무를 수행하게 하는 ‘임파워먼트’(Enpowerment)다.

궁예는 왕으로서의 다른 조건은 모두 갖추었지만 부하를 실질적으로 믿고 밑기는 ‘임파워먼트’에 약했다. 일시에 천하를 얻을 수는 있지만 천하의 주인이 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왕건은 부하들과 항상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부하에게 적절한 권한을 주는 리더십으로 성공했다. 즉 임무를 강제로 부과하기보다는 스스로 일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게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리더의 몫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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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