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락교수 이야기경제학-7]지능지수 높은 동아시아인

  • 입력 2001년 7월 8일 18시 41분


‘미국에 사는 백인들의 평균 지능지수(IQ)는 백(100)이고 동아시아인들의 평균치는 이보다 적게는 2∼3점, 많게는 10점이나 높다.’

과연 그럴까. 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심리학자인 리처드 헤른슈타인 하버드대 교수가 명저 ‘종(鐘)모양의 곡선’에서 밝힌 말이다.

세계 13세 어린이 수학 및 과학경시대회에서 한국어린이들은 보통 5등 안에 든다. 미국의 50개 주는 매년 최우수 고교졸업생 2명씩을 뽑는데 거의 매년 한국 학생이 여러 명 포함된다. 미국에는 1만개가 넘는 고등학교가 있는데 한국학생들이 수없이 수석졸업을 한다. 하버드대가 이들을 다 뽑는다면 주요학과는 이들로 가득 찰 것이라고 한다. 인종 쿼터 같은 것이 있어서 입학생 수가 제한되긴 하지만.

▼ 글 싣는 순서▼
1. 서양은 언제부터 우리를 앞섰나
2. '국부론'의 처방 따르면 잘 사나
3. 규칙에 살고 반칙에 죽는다
4. 자유경제는 윈·윈게임
5.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
6. "검의 고수엔 칼로 덤비지 말라"
7. 지능 지수 높은 동아시아인
8. 세계 제일 '경제코치'포진
9. 미래주역은 '기업가적 두뇌'
10. '일본 위기'는 잘못된 진단
11. 한강 개발가치 무궁무진
12. 작지만 큰나라 '코리아'
13. 세계 지배상품 만들자
14. 세계수준 대기업 바로알자
15. 글로벌시대의 교육
16. 지식산업시대의 국토
17. 지식기반 산업 준비

문명의 충돌이라는 설(說)로 유명한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는 근저 ‘문화가 중요하다’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1960년대 한국은 아프리카의 가나와 비슷했는데 지금 1인당 소득 면에서 20배 이상 앞서게 된 것은 교육열 근면성 기강 등에서 그만큼 앞서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민총생산(GNP)은 60년대 불과 몇 조원에서 지난해에는 515조원으로 늘었다. 최근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이 방콕에서 공동 개최한 ‘아시아경제의 장래’에 대한 회의에서 마이클 페어뱅크는 과거 30년간 한국인의 생산성향상은 세계 제일이라고 했다.

한국의 제2차 5개년계획(1967∼1971)의 경제고문이었던 어마 아델만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한국인은 보면 볼수록 유대인과 비슷하다고 했다. 유대인인 그녀는 한국을 수없이 방문한 바 있다. 같이 유대인과 한국인을 비교하는 글을 써보자고도 했다. 헤른슈타인 교수에 따르면 유대인의 평균 지능지수도 백인보다 높다.

서울대의 어느 교수는 삼국지(三國志)책을 250여 종류나 갖고 있다. 전세계의 ‘삼국지’를 거의 다 사 모은 것이다. 서재 하나는 이 책으로 꽉 차 있다. 이 책이 읽히고 있는 나라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네 나라이다. 젓가락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도 바로 이 네 나라이다. 세계적인 역사학자인 아놀드 토인비는 이 네 나라를 ‘동아시아 국가들’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동아시아 국가들’이 역사 전통 문화에서 서양을 앞선다고 했다. 말하자면 뼈대가 튼튼한 나라라는 것이다. 서양이 현재 소득수준 기술면에서 다소 앞섰다고 하여 결코 이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과 군사대국으로서 탄탄대로를 달리면서 세계 어느 나라와 언제든지 그리고 어떤 규모의 전쟁을 하더라도 이기게 돼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가히 ‘캠핑’하는 기분으로 동아시아국가의 하나인 베트남에 전쟁을 걸었다. 결과적으로는 패배하고 물러났다. 일본은 유럽선진국보다 산업화를 100여년 늦게 시작했지만 70년대 초에 이들을 모두 추월했다. 토인비는 이런 예가 동아시아국가들의 우수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세계 역사는 동서양간의 다툼의 역사이며 최근의 그 축소판이 미일간의 경제전쟁인데 이를 모르면 세계 경제나 역사의 흐름을 잘 알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 우리로 볼 때는 미국경제나 일본경제의 흐름 그리고 그 관계의 변화를 모르면 살아가기가 어렵게 돼 있다. 많은 기업들은 매일매일 미국돈 값, 일본돈 값 그리고 그 환율의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서양이 동아시아를 앞서기 시작한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고 그 이유는 주식회사라는 제도와 주식회사가 마음놓고 자랄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시스템의 두 가지다. 한 중 일 등 동아시아국가들도 이 두 가지를 잘 활용하게 되자 모두 경제기적을 창조할 정도로 이를 발명한 나라들보다 빨리 성장할 수 있었다. 주식회사와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은 비록 서양이 발명한 것이지만,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국가들이 이를 서양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인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엄청난 저력을 가진 한국인들이 수없이 많다. 수많은 한국인들은 개인적으로는 헤른슈타인 교수가 밝힌 대로 백인들을 능가하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안타깝다. 한국인은 국가의 지도자를 잘 만나고 나라 차원에서 장기 비전, 시스템 그리고 전략을 잘 짠다면 엄청난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한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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