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화장장 및 추모공원 부지 1순위로 선정된 서초구 주민들의 반발 움직임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서울시는 제2시립 화장장 및 추모공원의 최종 부지를 9일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시의 부지선정 결과 최종발표를 하루 앞둔 8일 오전 9시경 서울 서초구 원지동 청계산 등산로 입구.
‘청계산 화장터 건립반대 궐기대회’에 참가한 서초구 주민 3000여명이 이 지역 일대가 제2시립 화장장 및 추모공원 부지 1순위에 선정된 것에 대해 격앙된 목소리를 쏟아내며 서울시를 성토했다.
주민들은 “서울시는 서초구 주민들을 지역이기주의로만 몰아붙이고 있다”며 “서울시야말로 밀실 행정을 즉각 중단하고 입지 선정과정부터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장터 건립반대 투쟁위원회’의 김덕배 사무처장은 “98년에 발표된 화장장 설치 개념도가 원지동 개나리골 전경과 거의 일치하는 것을 보면 처음부터 원지동을 화장장 부지로 내정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선정과정에 의혹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9일로 예정된 최종 확정부지 발표를 전면 보류하고 △화장장 최초 계획안 재검토 △시민단체의 환경영향성 재심사 등을 서울시에 촉구했다.
궐기대회에 참석한 조남호(趙南浩) 서초구청장은 “시장이 개발제한구역에 도시계획시설을 설치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관계 구청장에게 협의토록 규정돼 있으나 서울시가 지금까지 공식 비공식적인 협의를 해온 적이 없다”면서 “모든 행정력과 법적 대응을 통해 화장장 설치를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서초구의회도 원지동 일대가 화장터 부지로 최종 선정되면 구의원들이 공동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궐기대회에서는 서울시에 추모공원을 지어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SK측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주민들은 “혐오시설인 화장장을 대기업이 나서서 그린벨트 지역에 유치하려는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주민들은 궐기대회가 끝난 직후 화장터 선정 부당성을 알리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화장터 선정 1순위로 지목된 개나리골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주민 최성희씨(45·여)는 “서울시에서 ‘당근’으로 내놓는 인센티브도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를 잠재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삶의 터전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그동안 각종 불이익을 받아온 게 사실이지만 환경이 훼손당하는 것을 보면서까지 ‘보상’을 받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추모공원 일대를 녹지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안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양재 시민의숲이 코앞에 있는데 무엇 때문에 녹지공간이 또 필요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쟁위원회는 “합법적인 시위를 벌여나가되 밀어붙이기식 행정이 지속될 경우 경부고속도로 점거농성 등 극단적인 실력행사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이처럼 고조되자 서울시도 이들을 달랠 수 있는 각종 대책을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고건 시장도 현장을 직접 방문해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7일 헬기를 이용해 20여분간 개나리골 일대를 시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 설득을 위해 국내는 물론 외국의 사례까지 연구해 가며 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지원책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며 “도로와 지역기반시설 확충, 그린벨트 부분 해제 등의 지원책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차지완·김현진기자>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