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24∼2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회의에 참석한 후 곧바로 서울을 방문하며 정부도 ARF 기간에 북한 백남순(白南淳) 외무상과의 2차 남북 외무장관회담을 추진하고 있어 남-북-미 교차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백 외무상의 ARF 참여가 전제돼야 하지만 정부와 미국측은 그의 참석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7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7차 ARF 외무장관 회의 때 23번째 회원국으로 정식 가입한 북한이 그 다음해에 외무장관을 파견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제적 신의를 깨뜨리는 것으로 정치 외교적으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파월 장관과 백 외무상의 회담이 이뤄지게 되면 1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출범 후 워싱턴과 평양 당국간 최고위급 만남이 된다. 양측 장관의 만남이 성사되고 의미 있는 대화까지 이뤄진다면 북-미 대화가 다시 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미국의 대북정책은 부시 행정부 출범 초기와는 달리 온건한 방향으로 옮아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6일 북-미 대화 재개 선언을 한 데 이어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이 6일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동결 약속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데서도 이 같은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정부도 이번 ARF 기간에 남북 외무장관회담을 성사시켜 3월 5차 남북장관급회담 무산 이후 중단된 남북대화를 다시 시작하는 계기로 삼을 방침이다. 사실 정부는 미국측의 대북정책 성명 발표와 금강산 관광사업 활성화 방안 합의 등으로 남북대화의 걸림돌이 제거됐다고 보고 있지만 정작 북측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내심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
정부는 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부장관이 유엔총회 의장에 내정됐기 때문에 남북 외무장관회담이 열리면 △북한의 유엔 산하기구 가입문제 △이들 기구의 대북지원 확대 △각종 국제회의에서 한반도조항 채택시 협조 △재외공관간 상시 협의채널 확대 △다자간 기구에서의 남북 외무장관회담의 정례화 △북한의 국제무대 진출 협조 등도 자연스럽게 논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영식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