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금융구조조정 강도 앞서나 자발적합병노력 日에 뒤져

  • 입력 2001년 7월 8일 19시 22분


‘구조조정에는 앞서나 자발적인 노력은 처진다.’

한국은행이 우리나라와 일본의 금융구조조정을 비교한 결과다. 구조조정의 강도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앞서나 은행간의 자발적인 합병에 의한 경쟁력 면에서는 일본에 뒤진다는 내용의 한은 분석결과가 8일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은행은 98년부터 지난 3월말까지 113조3000억원의 부실채권을 처리해 97년말 기준 총여신의 21.3%를 정리했다. 반면 일본의 전국은행들(도시, 장기신용, 신탁, 지방은행)은 92년 이후 2000년 9월까지 9년 가까운 기간에 부실채권 68조엔을 처리, 97년 3월말 기준 총여신의 11.6%를 정리했다.

부실금융기관 정리 역시 우리나라는 98년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487개를 퇴출시켰으나 일본은 90년대 10년 동안 142개를 정리하는데 그쳤다는 것. 더구나 우리나라는 잠재부실이 상당부분 줄었으나 일본은 앞으로 부실채권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구조조정에서는 우리가 일본보다 앞섰다는 게 한은의 결론이다.

하지만 금융기관간 합병을 통한 자발적 경쟁력 제고는 일본이 우리보다 낫다고 평가됐다. 일본은 90년말 23개 은행이 있었으나 지난 10년 동안 합병 등을 통해 10개 금융그룹으로 재편했고 특히 미즈호파이낸셜그룹 등 이 과정에서 탄생한 4대 대형금융기관은 모두 총자산 규모로 세계 1∼5위 수준에 이르는 반면 우리나라의 최대 금융그룹인 우리금융지주회사는 총자산 규모로 볼 때 세계 90위권에 불과한 것.

결국 세계적 흐름인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는 일본이 우리보다 훨씬 앞선 셈이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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