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남자단식 준결승. 비 때문에 사흘에 걸쳐 나뉘어 치러진 이날 경기에서 세계 랭킹 125위의 이바니세비치는 세계 11위 팀 헨만(영국)을 3시간3분만에 3-2(7-5, 6-7, 0-6, 7-6, 6-3)로 누르고 통산 4번째 결승에 올랐다.
이로써 왼손잡이 이바니세비치는 안드레 아가시(미국)를 꺾고 일찌감치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라프터와 9일 우승을 다투게 된다.
와일드 카드를 받은 선수로는 처음으로 결승 무대를 밟은 이바니세비치는 92, 94, 98년에 준우승에 그친 아픈 기억을 말끔히 털어내겠다는 각오다.
영국인 선수로 1938년 버니 오스틴 이후 63년 만에 처음으로 결승에 오르려 했던 헨만은 홈 관중의 열렬한 응원에도 불구하고 꿈을 못 이뤘다.
강력한 서브로 유명한 이바니세비치는 준결승에서 36개의 서브에이스를 올리며 자신의 주무기를 유감 없이 발휘했다. 승리를 확정지은 뒤 코트에 벌렁 누워 환호한 이바니세비치는 “믿어지지 않고 신이 내가 우승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며 “다시는 결승에서 패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연속 결승에 오른 3번 시드의 라프터 역시 지난해 피트 샘프러스에 막혀 못 이룬 윔블던 우승을 올해만큼은 꼭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주무기인 서브 앤드 발리는 물론 그라운드 스트로크에서도 베이스라이너 못지 않은 안정감을 보이고 있어 완전히 물이 올랐다는 평가.
세계 랭킹 10위 라프터는 98년 US오픈 2연패를 이룬 뒤 급격하게 하강곡선을 그렸다. 99년 세계 60위까지 떨어졌고 어깨부상에 시달리며 은퇴를 심각하게 생각했지만 어린 시절 배운 강인한 승부근성과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요즘도 매일 어깨를 치료받고 진통제를 먹고 있는 그는 “권위 있는 윔블던에서 우승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어떤 긴장도 없으며 기회가 온 만큼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라프터는 이바니세비치와 3차례 맞붙었는데 96년 윔블던 16강에서 패한 뒤 2연승을 달리고 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