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 추규호(秋圭昊)아태국장은 9일 일본의 역사교과서 재수정 거부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비유적 표현이긴 하나 좀체로 전쟁 등 극단적 표현을 자제하는 외교관 신분으로선 이례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정부가 일본에 대해 느끼는 배신감과 이에 대응하는 자세는 단호하기 그지 없다. "이는 국가로서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한일 우호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본 정치인들의 지도력에 문제가 있다" 는 등 당국자들의 흥분 섞인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4월 일본 정부의 역사교과서 검정결과 발표이래 수차례 대책반회의를 통해 일본이 재수정을 거부할 경우에 대비한 단계적 대응책을 면밀히 검토해 왔다. 이제 '응징' 만이 남았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날 일본 연립 여3당 간사장단의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예방 요청을 거부하는 수준에서 대응했지만, 앞으로 일본 참의원 선거(29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8월15일) 등 고비 때마다 강도높은 대책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앞으로 △일본 대중문화 개방연기 등 한일 교류사업 축소 △고위당국자 교류 중단 △각종 국제회의를 통한 대일압력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로선 한일 외무장관회담 거부나 주일대사 소환 등의 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으나, 이는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라 할 수 있다.
또 △98년 21세기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 에서 합의된 행동계획 의 단계적 무효화 △ 천황 표기의 일왕 환원 △양국 정상회담 및 각료간담회 거부 △일본의 유엔 안보리상임이사국 진출 반대 등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부도덕성 을 집중 환기시켜 일본측의 지도국 국가 노력에 치명상을 입힌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대응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는 미지수다.
현 정부가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의 대의(大義)를 쉽게 허물어뜨릴 수 있을지 의문인데다,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상원조를 하는 등 국제적 영향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에 대한 정부 대응카드의 실효성▼
대응 카드 | 기대 효과 | 우려 사항 |
주일대사 재소환 | 일본, 사태 심각성 인식 | ‘한국 국내용’으로 평가절하 |
김대중 대통령의 유감 표명 | 새 한일관계의 당사자이자 국가원수의 영향력 기대 | 일본의 실질적인 변화 없을 경우 정치적 부담 가중 |
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 | 일본의 국제 진출확대 노력에 제동 | 일본의 유엔내 영향력 등으로 효과 의문 |
중국 북한과의 연대 |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 | 일본을 ‘공동의 적’으로 몰아 더 큰 손실 가능성 |
국제기구 국제회의 등에서의 비판 | 일본의 국제적 이미지 실추 | 왜곡내용 수정에 직접효과 미지수 |
일본 문화 개방 중단 | 다른 외교 현안과 연계함으로써 강경 대응인상 | 한국이 결정한 사안으로 자가당착 가능성 |
천황 호칭 변경 | 일본을 감정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카드 | 일본 국민 전체를 적으로 만들어 불필요한 확전 가능성 |
한일 연례정상회담 무기연기 | 21세기 새로운 한일관계의 전면 재고 상징 | 정상차원의 정치적 타결 가능성 봉쇄 |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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