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일본 정부 자체 사정 때문만이 아니라 일본 정계의 압력 때문이다.
문부과학성은 이날 “한국측 요구를 성의를 갖고 충분히 정밀검토했다”고 했다. 교과용도서 검정조사심의위원회 위원뿐만 아니라 역사학자 등 18명이 22일간에 걸쳐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결코 감정적인 대응이 아니라 학문적 검토를 거친 결론이란 점을 강조한 것.
또 ‘한일 신세기 교류 프로젝트’ ‘교과서 검정제도 개선안’을 한국측에 제시한 것은 이 문제를 ‘장기전’으로 끌고 가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재수정은 할 수 없고 앞으로 교류 등을 통해 한국측 이해를 얻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측이 내놓은 교류 프로젝트는 △한국 교직원 초빙 △역사연구 촉진 △한일 학자 및 전문가 교류 △한일 스포츠 문화교류 확대 △한국어 일본어 상호학습지원 강화 등 5개항이다. 또 교과용도서 검정조사심의위원에 한국사 전문가를 추가로 위촉하고 검정이 끝난 교과서의 오류 등에 대해 접수를 받는 창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방안은 이미 실시 중이거나 예전에 시도했지만 실패한 것이 대부분이라 효과는 미지수다. 따지고 보면 이런 방안은 굳이 교과서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해도 이웃 국가로서 당연히 추진해야 할 사업이다.
일본 정부나 정계 분위기도 수정을 기대하기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
문부성의 검토 결과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승인한 내용이다. 내각 최고책임자가 양해한 이상 내용이 다시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교과서 문제를 생각하는 초당파 의원 모임’ 등 수정을 요구하는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세력도 점점 세를 키워가고 있다. 문부성이 한국 정부에 끌려가고 있으며 더 이상 물러서면 안된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일본 정부에 이들 세력은 재수정 요구를 거부하기 위한 핑계 거리로 제격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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