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의 대답은 간단했다. “단지 내 마음이 구부러지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런데도 제자들이 거듭 ‘세상을 곧게 펴는 일’을 들고 나오자 맹자는 ‘수레를 모는 사람도 아부를 부끄러워했다’는 진나라의 권력자 조간자(趙簡子)와 수레꾼 왕량(王良)의 이야기를 들려준 뒤 이렇게 쐐기를 박았다. “자신을 굽힌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을 곧게 편 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고. 처음부터 굽히고 들어가면 점점 더 굽히게 되니 자기가 먼저 제후들을 찾아 나서지는 않겠다는 얘기였다.
▷얼마전 ‘맹자가 살아 있다면’을 펴낸 소설가 조성기씨는 ‘맹자’의 이 대목에 빗대 우리의 정치현실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많은 사람들이 정계에 발을 들여놓으면 나라의 지도자와 사회현실을 바로잡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내심 ‘정계입문을 위해 한번만…’하면서 허리를 굽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허리 굽히기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고 점점 더 구부러져 결국 아무 것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일침이다. 이름있는 학자는 물론 정치적 비리에 적극적으로 대항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1년여 전, 4·13 총선에서 이른바 386세대가 약진하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제는 좀 달라지려니 했다. 여당의 신인들도 보스정치 타파, 거수기 역할 거부 등을 다짐했다. 이를 보면서 국민들은 정치개혁까지는 몰라도 ‘희망의 목소리’는 계속 들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 여당은 어떤가. 오직 한 목소리뿐이다. 정권과 다른 논리를 펴면 누구나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사람이 되고 마는 풍토가 아닌가.
<송대근논설위원>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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