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쿠리티바시는 ’시내버스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관련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어느 것 하나 빼 놓지 않고 모두 도입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백화점에 가기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먼저 알고 가서 물건을 사야 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시내버스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생각하고 그 것을 쿠리티바시가 어떻게 해결했는지 배워야 할 것이다.
▽시내버스 노선망〓버스 노선망은 쿠리티바 시민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시내 구석구석까지 배치돼 있다. 또 광역생활권인 인근 12개 소도시 시민들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
특히 모든 버스의 배차 간격이 2분에서 10분 이내이고 정확한 시간표에 의해 운행돼 시민의 신뢰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의 시내버스 노선은 버스업체의 수익성이 보장되도록 결정되기 때문에 승객에 대한 서비스가 우선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쿠리티바시처럼 노선 체계가 버스업체의 수익성과 무관해지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버스업체 운영 문제〓이는 우리나라 대중교통 분야에서 풀어야 할 가장 중대한 문제 중 하나다. 쿠리티바의 경우 총 10개의 버스업체가 주로 지역별로 나눠 노선을 맡고 있다. 특히 업체들은 버스의 운행거리에 따른 원가를 대중교통운영공사(URBS)로부터 보장받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황금노선’을 요구하거나 고수할 필요가 없다.
버스 시스템을 관리 감독하는 URBS가 버스업체가 적자가 나지 않도록 적절하게 버스요금을 배분하고 노선을 조정해주기 때문에 버스업체는 서비스 개선 등에 신경을 쏟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버스업체들이 적자를 못견뎌 노선을 반납하겠다고 하는데 URBS같은 별도의 회사가 설립돼 버스업체들에게 운행거리에 따른 원가를 보전해준다면 업체들도 서비스 개선에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교통행정 전담 민간업체〓쿠리티바시가 설립한 민간업체인 URBS가 버스 시스템 운영 뿐 아니라 거의 모든 교통행정을 담당하며 시청에는 별도의 교통행정 담당부서가 없다. 이 때문에 직원 급여 등 탄력적 운영 방식으로 고급 인력을 확보하여 교통행정을 전문화시킬 수 있다. 또한 정치색이 배제돼 우리나라의 자치단체처럼 단체장의 재선 여부 등에 신경을 기울일 필요가 없어 소신껏 민원에 대처할 수 있다.
▽교통신호 체계〓쿠리티바 시내 모든 교차로의 교통신호는 철저하게 2단계로 운영돼 우리나라의 4단계에 비하면 교차로 용량은 2배이고, 신호대기시간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같은 교통신호는 대부분의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만들고 교차로 구조를 특수하게 설계해 좌회전을 별도로 처리함으로써 가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단계 교통신호 체계로 운영되는 교차로는 서울 광화문 사거리 등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3단계 내지 4단계 신호체계로 돼 있다.
우리도 일방통행을 확대하고 문제의 교차로부터 좌회전 특별처리 방안을 강구해 교통정체를 감소시켜나가야 한다.
▽도로망〓쿠리티바시는 모든 도로망이 버스 위주로 돼 있다. 즉 간선도로는 편도 4차로로 이루어져 있고 중앙차로(1차로)는 버스전용차로로, 2차로는 버스 정류장으로 사용한다. 2차로상에 정류장이 없는 구간에는 주차를 허용한다.
나머지 3, 4차로는 승용차 등 일반 차량이 저속으로 운행토록 하고 있다.
또 간선도로 주변의 보조간선도로도 일방통행으로 운영해 버스는 물론 승용차 등의 통행이 원활한 편이다.
특히 간선도로변을 따라 고층아파트를 지어 시민들이 집 앞에서 버스를 탈 수 있도록 애초부터 도시계획을 수립했다.
서울에도 천호대로에는 쿠리티바처럼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설치 운영되고 있다. 이 버스전용차로의 성과를 분석해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지면 이를 더욱 확대하고 문제가 있다면 개선해야 할 것이다.
▽정책의 일관성〓마지막으로 필자가 바라는 것은 1965년에 쿠리티바의 도시계획을 수립한 건축가 자이메 레르니를 도시계획연구소 소장으로 승진시키고 다시 시장으로 임명한 브라질 정부의 혜안을 배우자는 것이다.
또 지방선거 제도가 도입되자 레르니 시장을 민선시장으로 선출하고 중임시킨 후에는 다시 레르니씨가 지명한 동료 건축가를 시장으로 선출함으로써 일관된 정책이 유지되도록 한 쿠리티바시 유권자들을 본 받는 것이다.
신 부 용(교통환경연구원 원장)btshin@teritek.com
▽자문위원단〓내남정(대한손해보험협회 상무)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특별취재팀〓최성진차장(이슈부 환경복지팀장) 송상근( 〃·환경복지팀) 구자룡(경제부) 서정보(문화부) 이종훈(국제부) 송진흡 남경현(이슈부 메트로팀) 신석호 최호원기자 (사회부)
▽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리젠트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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