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목사는 8일까지 서울 구로구 구로동 서울조선족교회 내 7평짜리 방안 소파에서 잠을 자면서 단식을 해오다 이날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1백주년기념관으로 장소를 옮겼다.
물과 소금으로만 버텼다고 말하는 서 목사는 “아직 기력이 남아 있다”며 단식농성을 계속해 나갈 뜻을 밝혔다.
“제가 남들보다 지방이 많아 잘 견디는 것 같아요. 하지만 계단을 내려올 때면 발을 헛딛곤 해요. 아무래도 아무것도 먹지 않으니 조금 어지럽네요.” 그는 목이 마를 때마다 물을 계속 마시고 소금은 주머니에 가지고 다니면서 조금씩 입에 털어넣는다.
“지금까지는 평소처럼 생활하고 있어요. 밤 12시에 잠자리에 들고 아침 8시에 일어나 설교도 하고 일정에 따라 돌아다니기도 하고요.” 그는 기운이 없어서인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달라졌어요. 3, 4일에 한번 화장실을 가고 있으니 정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죠.”
그는 “단식을 하는 대신 잠을 많이 자는 편”이라면서 “쉽게 지치고 피곤을 느껴 틈만 나면 잠을 자고 있다”고 말했다. 서 목사는 “체포의 위험도 무릅쓰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식농성에 동참한 조선족들에게 감동을 받았다”면서 “내 몸이 비록 힘들더라도 이들을 외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교회 최황규(崔晃奎) 목사는 “서 목사가 낙천적인 성격이라 고통을 얘기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듯 얘기하고 있지만 내일쯤이면 병원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날 이 교회에 팩스를 보내 “조선족 추방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관련부처와 충분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으나 서 목사는 “정부당국의 미온적 대응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의 단식농성은 무기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교회 신도 150여명은 9일부터 한국교회1백주년기념관 1층 로비에서 서 목사의 단식에 동조해 집단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박민혁기자>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