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관계자는 10일 “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부장관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이 ARF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접촉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를 계기로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출범 이후 경색 상태인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에 변화의 실마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장관과 파월 장관은 24∼26일 하노이를 방문한 뒤 27∼28일 서울에서 한미 외무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북한과 유럽연합(EU)도 ARF 외무장관 회의를 계기로 양자 외무회담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대사를 겸임하는 쿤라드 루브르와 주한 벨기에 대사는 이날 서울 이태원동 대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내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18∼23일) 북한 당국자들이 외무장관 회담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표시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백남순 외무상과 올 하반기 EU 의장국이 될 벨기에의 루이 미셸 외무장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북-EU 외무회담에서는 △추가 수교협상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경제협력 문제 등이 포괄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루브르와 대사는 또 “신임장 제정을 위해 방북했을 때 북측 관계자들이 ‘6·15 공동선언’은 준수하겠다고 말한 점에 비춰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질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양성철(梁性喆) 주미 한국대사는 9일 북한과 미국간의 대화가 곧 재개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대사는 이날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북-미간 대화 재개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25일부터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과 백남순 북한 외무상간의 회담이 열리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주에도 뉴욕 채널을 통해 미국과 북한간에 실무자급 접촉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른 외교소식통은 “미국과 북한간의 외무장관 회담에 앞서 잭 프리처드 한반도평화회담 담당 특사와 김계관(金桂寬) 북한 외무성 부상간의 회담이 먼저 열리는 것이 모양이 좋지만 회담준비 시간이 촉박할 경우엔 파월-백남순 회동 뒤에 프리처드-김계관 라인의 회담이 다음달 초쯤 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양 대사는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노동당 비서의 방미 문제와 관련, 아직 미국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협의 요청이 없었다고 말했다.
양 대사는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주 브리핑에서 황씨 방미문제에 대한 한국정부의 석명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한미간에 실무 차원에서 일반적인 이야기는 있었지만 아직 국무부의 공식 협의 요청과 이에 따른 공식 접촉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황씨의 방미 문제에 대해선 현재 본국 정부에서 관계 부처간에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라며 “곧 훈령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