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취중폭언을 대하며 새삼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추의원은 재선이며 당내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는 정치인이다. 더욱이 바른 정치를 하겠다는 초재선 의원 모임에서 정치개혁의 목소리를 내왔다. 따라서 비록 사석에서 술을 마셨다고는 하지만 취재기자에게 언론사 사주를 빗대 폭언을 한 것이나 야당총재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은 큰 실수가 아닐 수 없다. 소설가 이문열씨에 대한 ‘가당치 않다’는 비난도 우리 사회에서 과연 ‘가당한 사람’은 누구인지 헷갈리게 한다.
법을 다루는 검찰 고위간부가 취중 발언 때문에 공직에서 물러난 일이 있다. 폭탄주로 인하여 술김에 기자들에게 말한 것이 정치쟁점으로 번져 결국 공직에서 옷을 벗어야 했다. 국회의원이나 공직자나 공인이라는 신분은 다를 바 없다. 동료 정치인들은 추의원의 취한 모습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겠지만 국민은 그렇지 않다.
공직자는 취재기자를 특정회사의 소속원으로 보기보다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일하는 메신저로 인식해야 한다. 기자는 사회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두루 국민에게 알릴 권리와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누구의 지시나 간섭도 받지 않고 자기판단으로 취재해 기사를 송고하면 된다. 이렇게 취재된 기사를 공정하게 정리하고 지면에 반영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다.
추의원은 법조인 출신의 공인이고 지적(知的)인 신세대 여성이면서 한 가정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취재기자가 비록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도 기자에게 군림하듯이 대할 수는 없다.
지도자나 공직자는 높은 안목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모범을 보여야 나라가 발전하고 국제사회에서 명예와 존경을 얻게 된다. 도덕적으로 건전하고 명예로운 사회는 구성원들이 서로 존중해야만 건설될 수 있다. 평생 동안 언론을 상대로 홍보 업무를 해온 사람의 입장에서 추의원의 취중 해프닝이 가져온 교훈을 되새겨 본다.
박재신(전 경찰청 공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