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대에 공공시설물 입주 러시가 이뤄지는 것은 대부분 서울시내에 있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어서 부지 확보에 따른 주민들의 반발을 쉽게 무마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 따라서 녹지공간 확보라는 그린벨트 정책의 근간을 행정기관이 앞장서서 흔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어떤 시설들이 있나〓서초구의 청계산 대모산 우면산을 중심으로 지정된 개발제한구역에 이미 둥지를 튼 대표적인 국가 기관은 국가정보원. 서초구 내곡동 13의 1 일대 6만1529㎡를 차지하고 있다. 면적으로 따지면 내곡동 48 일대 120만9000여㎡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 강남지역의 2개 동원예비군 훈련장이 가장 크다. 또한 경찰특공대(방배동 산 184, 5549㎡)와 화생방부대(내곡동 16만9694㎡)를 비롯해 시립아동병원(내곡동 6의 7, 1만4320㎡), 폐기물 처리시설 등 각종 시설이 들어서 있다.
서초구지역내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면적 2457만㎡ 중 각종 시설 입주로 개발이 완료된 곳은 전체의 25%에 해당하는 616만㎡(186만3400평). 이 가운데 도로나 마을 등을 제외한 대규모 공공시설물이 들어선 면적은 64만8000여평으로 개발 완료된 곳의 35%에 달한다.
▽앞으로 들어설 건물들〓현재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있는 국군기무사령부는 올 1월 국정원에서 불과 1㎞ 떨어진 서초구 내곡동 265 일대에 20여만평의 부지를 확보, 청사를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무사의 이전 방침에 따라 정보사도 청사를 조만간 이 부근으로 옮겨갈 태세여서 국내 정보기관 ‘빅3’가 한 곳에 몰리는 ‘기현상’이 빚어질 전망이다.
이외에도 서울시가 추진중인 제2시립화장장을 비롯해 민주화열사묘역 청소년수련원 등도 입주할 예정. 현재 서초구지역내 청계산 등 산자락에 밀집해 있는 개발제한구역(총 2457만㎡)중 개발이 끝났거나 개발이 예정된 부지를 제외한 가용면적은 65%에 불과한 1만6000㎡.
환경정의시민연대 서왕진 사무처장은 “아무리 공공시설물이라도 환경을 훼손하면서까지 그린벨트 안에 들어서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정부와 서울시가 남아있는 그린벨트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를 하겠다는 약속마저도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서초구의 한 관계자는 “신설 및 이전계획이 발표된 시설물의 면적만 35만1000평에 이를 정도”라며 “이제 청계산 부근은 화장장 기무사 묘역 등이 들어서는 ‘기피시설’지구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초구는 원지동 일대가 화장장 부지로 최종 선정된 9일 국방 군사목적 이외에 그린벨트 개발을 제한하는 내용의 자체 조례안을 공포했다.
<정연욱·차지완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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