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고이즈미 총리가 취임 후 역사를 왜곡한 교과서 문제와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등을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의 주장을 전혀 수용하지 않음으로써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를 경색시키고 있다는 것.
아사히신문은 “고이즈미 정권은 겉으로는 한국 및 중국과의 우호협력관계를 일본외교의 가장 중요한 기둥 중의 하나라고 말하고 있으나 현재 구체적인 관계개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교과서 문제와 관련해서는 ‘고이즈미 총리가 성의를 보여줄 것이라고 마지막까지 기대하고 있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배신당했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소개했다.
특히 중국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방침에 대한 반발이 매우 강하며 양보할 수 없는 사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이 김 대통령과는 달리 일본 연립 3당 간사장과의 면담을 거부하지 않은 것은 이 기회를 통해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하기 위해서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따라서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경우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신문은 전망했다.
한편 간 나오토(菅直人) 민주당 간사장은 9일 기자회견을 통해 고이즈미 총리의 ‘대미 추종’과 ‘아시아 경시’ 자세를 대비시킨 뒤 “한쪽은 아무 말 없이 따라가면서 다른 한쪽에는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당측은 고이즈미 총리의 대미 추종 사례로 ‘교토의정서 골격을 바꿔서라도 미국을 참여시키겠다’고 밝힌 것을 들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미국이 빠지더라도 일본은 당당하게 의정서를 비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달 30일 미일 정상회담 때는 연립 3당 간사장,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외상,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청장관을 미리 보내 정지작업을 하는 등 미국 중시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8월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뒤에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 개선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후 한국 중국과의 관계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또 자신의 노력으로 양국관계가 회복될 것이라는 ‘과신’도 엿보인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