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구조조정 성공신화 '씁쓸한 퇴장'

  • 입력 2001년 7월 10일 18시 50분


한국에서 기업 구조조정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혀온 한국전기초자의 서두칠(徐斗七·62·사진)사장이 일본 대주주측과의 불화로 물러났다.

서 사장은 회사운영방안을 놓고 지분의 50%를 확보하고 있는 최대주주인 일본 아사히 글라스측과 의견충돌을 빚어 최근 차기원 전무, 최영호 상무와 함께 사의를 표명해 받아들여진 것으로 10일 밝혀졌다.

서 사장은 “아사히측이 ‘영업권을 포기하고 생산관리만 맡아라’는 요구를 해왔으나 ‘영업권이 없는 대표이사라면 차라리 물러나겠다’고 밝혔고 아사히측이 사임의사를 받아들이겠다고 최종 통보해 왔다”고 말했다. 한국전기초자 관계자는 “당분간은 서 사장과 함께 공동대표였던 고시다 도쿠노스케가 단독대표로 회사를 경영할 것”이라며 “한국측 후임대표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서 사장의 직접적인 퇴진 이유는 일본 대주주측과의 경영노선 대립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글라스는 지난해 말부터 주력품목인 디스플레이 경기가 침체국면에 들어가고 재고가 쌓이자 한국전기초자에 감산과 수출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 사장은 “우리 회사가 수출하는 곳마다 아사히그룹의 해외 공장과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며 “아사히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국내 공장이 감산해야 하고 이에 따른 해고도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의 퇴진사실이 알려지자 10일 이 회사 주가는 급락세를 보였다.

전기초자의 주가 움직임은 전형적인 ‘최고경영자(CEO) 주가’라고 증시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최고경영자에 대해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은 이날 집중적으로 보유주식을 처분하고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됐다. 메릴린치는 “앞으로 전기초자는 경영진 교체에 따른 생산성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사장은 외환위기 직후인 97년 12월 사장으로 취임해 매출 2377억원, 적자 598억원, 부채비율 1114%에 달하던 부실덩어리 한국전기초자를 강력한 구조조정과 긴축경영을 통해 지난해에는 매출 7104억원, 순이익 1717억원, 부채비율 37%의 우량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때의 경험을 모아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는 책을 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광현·이진기자>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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