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 대치동은 전세금이 두 달 새 20%가 올랐다. 30평형대 전세금이 3억원대에 이른 곳도 있다. 신규 전세 수요가 유입되고 재건축이 잇따르면 하반기 심각한 전세난마저 우려된다. 저밀도 지구 일부 단지는 조기에 세입자를 내보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다. 빈 집이 많은 단지일수록 ‘우선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기대 때문. 중개업계는 휴가철에 집을 구하는 등 전세 수요자들의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대치 주공 재건축 ‘일파만파’〓재건축을 앞둔 대치 고층 주공아파트 552가구가 8월 이주를 시작한다. 이 아파트 주민들이 6월부터 주변 전셋집 구하기에 나서면서 주변 아파트 전세금이 급등했다. 청실1차 35평형 전세금은 3월부터 5월까지 1억8500만원선을 유지했다. 대치 주공 주민들이 집구하기에 나서면서 청실 35평형 전세금은 두 달 새 2500만원이나 올랐다. 우성1차도 마찬가지. 올 초부터 움직임이 거의 없던 31평형 전세금이 5월부터 7월까지 3000만원이나 뛰었다.
올 10월 입주를 앞둔 도곡 삼성아파트 전세금은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높아졌다. 34평형 로열층은 최고 3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강남 웬만한 곳의 매매가 수준이다. 재건축에 따른 이주 수요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치동 주공공인중개사무소 박정완사장은 “신규 수요가 유입되고 재건축에 따른 이주 수요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라며 “강남 지역 전세난이 상당 기간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치동 주공아파트는 주변에서 재건축에 따라 이주가 시작된 첫 단지. 이 곳 이주는 재건축이 전세금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해볼 기준인 셈이다. 부동산114 김희선 이사는 “552가구의 이주에 따른 전세금 상승 효과가 예상보다 크다”며 “강남 저층 아파트 재건축이 본 궤도에 오르면 만성적인 전세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부 단지 전세난 부추겨〓강남 저밀도 지구 내 각 단지는 ‘우선 재건축’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구 내에서 2500가구 정도를 우선 재건축하고 나머지 단지는 ‘시기 조정’을 거쳐 재건축할 방침이기 때문. 전세난을 줄이기 위해서다. 결국 전세난에 영향을 덜 주는 단지일수록 빨리 재건축할 수도 있다. 일부 저밀도지구 아파트 홈페이지에는 ‘미리 세입자를 내보내 우선 재건축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자’는 글도 떠있다. 전세난을 부추기는 것.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우선 재건축 때문에 심각한 전세난이 일고 있다”며 “서울시가 우선 재건축 대상을 빨리 결정하든지 단속에 나서든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셋집 미리 확보해야〓중개업계는 “강남권 전세 수요자라면 다소 비싸게 느껴지더라도 빨리 전셋집을 확보해두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입주를 앞둔 아파트에서 미리 전셋집을 구하는 것도 방법. 강남 서초 송파구에 하반기 입주할 아파트는 4700여가구 수준이다. 재건축 탓에 이주할 때 자녀 교육 문제가 없다면 지역을 잠시 벗어나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을 벗어나 전셋집을 구해볼 곳으로 분당신도시, 10월 입주할 응봉동 대림아파트 등이 꼽힌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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