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면 장암리와 금암리 강변은 96년에 농협연수원이 산허리 1만여평을 잘라내고 들어선 데 이어 연수원 한쪽 구릉지에는 대규모 전원주택이 들어섰다. 강변에선 시뻘건 황토를 토해내며 건축 공사가 진행중이다.
대교 오른쪽으로 보이는 반포면 도남리와 원봉리 금강변 일대도 마찬가지. 강이 내려다 보이는 산이란 산은 모두 굴착기로 파헤쳐 진 상태. “어디를 둘러봐도 성한 곳이 없어….” 금강변에서 만난 신모씨(67·반포면 도남리)의 한탄이다.
신씨가 살고 있는 반포면 도남리 마을어귀 산도 언제부터인지 전원주택지로 둔갑했다. 논을 중심으로 형성된 자연부락 뒤편 임야 2만7600여㎡가 산 정상 부근까지 완전히 깎여 있었다.
이곳에서 금강변을 따라 연기군 금남면 쪽으로 들어가자 개발의 상처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중부권 최고의 전원주택지. 선착순 분양’ ‘포란형(抱卵形)의 최고 명당’ 등 온갖 현수막이 눈에 어지럽고 뿌리째 뽑힌 수십년생 나무 위로 굴착기가 굉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수천평에 달하던 일대 산림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도남리 205의1, 205의7, 205의3 일대의 수백평에서 수천평에 달하는 산림이 송두리째 뽑혀나가고 중장비 차량만이 흙먼지를 내며 오갈 뿐이다.
공주시가 최근 2, 3년새 이 일대에만 전원주택을 짓도록 산림형질 변경을 허가해 준 곳은 8곳에 모두 5만3260㎡. 인근 반포면 원봉리까지 포함하면 금강 지척에 10여곳의 전원주택지가 조성중이다.
도남리에서 수 대째 살고 있다는 한 촌로는 “해도 해도 너무해. 길을 닦는답시고 산허리를 잘라내고 멀쩡한 산림을 파헤치고…. 온전히 남아나는 곳이 없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데도 충남도와 공주시는 팔짱만 끼고 있다. 준농림지역의 경우 적법한 절차를 밟아 산림형질 변경 및 지목 변경을 했다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 러브호텔이나 유흥업소는 곤란하지만 전원주택이나 연수원 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현행법상 금지하기 어렵다는 것. 백남훈(白南勳)공주부시장은 “99년 이 일대를 형질변경 제한구역으로 고시하려 했으나 지주들의 반대로 포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일대는 공주시 상황동 상수원취수구역과는 2㎞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데다 경관이 빼어나 무분별한 택지 개발은 어떤 식으로든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곳곳에서 불법 건축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으나 이마저도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환경 전문가들은 올 8월 대전시와 충남북, 전북도와 환경부 등이 공동으로 구성하는 ‘금강수계물관리종합대책협의회’에 물관리 뿐만 아니라 경관보호 내용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전〓이기진기자>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