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경제범죄 우선주의다. 채권자가 돈을 회수하기 위해 채무자를 납치해 협박하더라도 채무자는 빚을 갚은 뒤에야 형사고발을 할 수 있다.
이처럼 독특한 법규와 상관행은 그동안 외국기업들의 중국진출에 큰 걸림돌이 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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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구조조정 태풍 中 제도의 세계화 下 한국기업의 명암 |
베이징(北京)에서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B씨(55)의 사례도 그 중 하나다. B씨는 2년 전 골프장 부지 임대차계약을 했으나 본격적으로 투자해야 할지 계속 망설이고 있다. 골프장을 건립하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은 후 공사를 시작하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중국에서는 완공 후 허가를 신청하도록 돼 있다.
B씨는 “돈을 들여 골프장을 지었다가 허가가 안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전기제품 제조업체인 S사는 공장부지로 쓰기 위해 지방의 진(우리나라의 읍에 해당) 정부와 토지구입 계약을 체결했으나 상급관청인 시 정부가 농장용도로 지정된 것이라며 토지형질 변경을 해주지 않아 수년째 애를 먹고 있다. 진정부에 계약파기를 요구했지만 진장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이마저 거절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식 제도와 관행이 과연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빠르게 바뀔까. 중국 정부는 경제발전을 가속화하고 동시에 낡은 제도나 관행을 빠르게 개선하는 방안의 하나로 WTO 가입을 서둘러왔다. WTO 규정이라는 외부적인 힘을 이용해 변화를 강제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이 때문에 4일 제네바에서 중국의 가입협상이 사실상 타결되자 중국 정부와 언론은 “15년 숙원이 풀렸다”며 크게 환영했다. 그러나 “정작 바뀌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대외경제무역부의 한 관리는 털어놓았다. 부처별 독립성이 강한데다 인치주의 관행이 뿌리깊게 남아 있어 쉽게 바뀌기 어렵다는 얘기다.
상하이(上海)시는 지난달 21일 무역환경개선을 위해 통관절차를 대폭 간소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상하이세관은 긴급화물에 대해서는 24시간 내에 통관시킨다는 협약서를 상하이시정부와 체결했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가장 발달돼 있다는 상하이에서조차 통관하는 데 3, 4일이나 소요돼 수출입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긴급 공수한 기계부품이 공항에 도착해 있는데도 통관이 늦어 공장가동을 못한 사례들도 적지 않았다. 선진국은 항공운수의 경우 비행기 도착 후 상품이 바이어에게 인수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야 6, 7시간이다.
세제 개혁도 첩첩산중이다. 특히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증치세 제도는 그동안 각종 부작용을 낳아왔다. 중국은 판매량이 아닌 생산량에 따라 증치세를 받고 있으며 수출시 환급도 제멋대로 이뤄져왔다. 또 지방세무국별로 연간 환급액 한도를 미리 정해놓고 있어서 운 좋으면 제대로 환급받지만 그렇지 않으면 일부만 환급받거나 한푼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투자진출업체들의 원성을 사왔다.
금융인프라도 취약하다. 담보제도도 취약해 공장증설이나 긴급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으려 해도 그림의 떡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다 보니 11월 중국의 WTO 가입이 4일 사실상 확정된 후 중국 내에서는 뒤늦게 ‘준비논쟁’이 일고 있다. 중국이 지난 15년간 가입을 희망해왔으나 여전히 가입준비는 턱없이 안돼 있다는 게 이 논쟁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저장(浙江)성 기업들은 WTO 규정을 잘 아는 전문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상하이시는 관리들을 대상으로 WTO 규정 긴급교육에 들어갔다. 결국 WTO 가입 후 상당기간 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국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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