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파업의사 징계 흐리부지

  • 입력 2001년 7월 10일 18시 59분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의료계 파업에 참여한 의사 중 극히 일부를 적발하고도 그나마 행정처분조차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복지부에 따르면 의료계 파업과 관련해 지난해 10월 초 지도명령을 따르지 않고 진료를 거부했다가 적발된 의사는 43명이다. 복지부는 당시 이들을 대상으로 사진촬영 등 증거수집을 끝낸 뒤 청문 통지서와 처분사전 통지서를 보냈다.

복지부는 적발된 의사 중 집안 경조사 등으로 진료를 하지 않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의약 분업에 반대하는 파업이 명백하다고 판정했다. 이 경우 조사가 끝난 뒤 한달 이내에 업무정지 15일과 최고 1년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게 돼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당시 진행되던 의약정(醫藥政) 협의회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행정처분을 미뤘으며 올 초 회원들에게 재청문 기회를 달라는 의사협회의 요청을 받아들인 뒤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파업을 주도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검찰에 고발된 의료계 인사는 김재정(金在正) 당시 의협회장 등 9명으로 1심 재판에서 구형을 앞두고 있다. 이와 별도로 경찰청은 약품채택 리베이트에 대한 수사를 벌여 의사 882명과 약사 6명을 적발하고 이 중 87명을 입건한 상태다.

지난해 환자들에게 막대한 불편과 불안감을 준 파업에 대부분의 의사가 참여했는데도 처벌을 받게 될 의사는 10명이 채 안될 전망이고 복지부가 행정처분을 내린 의사는 1년이 지난 현재까지 1명도 없는 셈이다.

한편 복지부는 감사원의 건강보험 재정 특별감사 결과 징계요구를 받은 직원 5명 중 징계수위가 확정 통보된 2명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3명을 경징계(정직 감봉 견책)해 달라는 의견을 최근 행정자치부에 보냈다.

한 보건의료 분야 학자는 “정부가 위법사실에 대한 행정처분을 미루고 정책실패 책임을 회피해 ‘피해자는 있고 가해자는 없는’ 결과가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어떻게 엄정한 법 집행을 말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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